[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효율성과 시급성의 간극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효율성과 시급성의 간극

입력 2017-02-27 22:44
수정 2017-02-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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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지난 21일과 22일에 연거푸 경주 인근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여진이 계속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줄지 않고 있다. 불안감을 풀어줄 가장 중요한 정보는 큰 지진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경주 지진을 유발한 단층의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단층에서는 1978년 정부의 지진 관측 이후 가장 큰 지진이 발생했으며 전례 없이 많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주 지진을 유발한 단층은 다른 단층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위해 요소이다. 역대 가장 큰 지진을 일으킨 단층에 관한 조사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정확한 길이와 발생 가능한 지진의 최대 크기,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 파악을 위한 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활성 단층은 지진이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지진이 발생한 단층은 당연히 활성단층이다. 일반적으로 수만년 동안 1차례 이상 단층면에서 운동이 있었다면 활성 단층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충분한 힘이 누적되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도 활성단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단층이 활성단층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연대 측정으로 최후 운동 시기를 추정해 결정한다.
활성 단층 파악은 지진 재해의 잠재성 평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경주 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 재해 잠재성 평가를 위해 여러 정부 부처에서 앞다퉈 단층 조사 사업을 제안했다. 연구 중복을 피하고 효율적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을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시급하게 수행해야 할 일부 조사의 진행은 지체됐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연구 사업을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경주 지진 이후 긴급하게 편성된 예산으로 수행되는 연구 과제임을 감안할 때 더딘 진행은 아쉽기만 하다.

경주 지진이 일어난 단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진과 미소지진(微小地震) 관측은 시간을 다툰다. 단층의 전체 길이와 규모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진과 미소지진의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이에 따라 진앙지 일대에 조밀한 지진 관측망을 구성해 여진을 정확히 관측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주관으로 경주 지진 단층에 관한 미소지진 관측을 우선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체계적이고 효율적 연구 진행으로 그동안 놓친 관측 시간을 만회할 것을 기대한다.

경주 지진은 재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시스템을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현장에 긴급 대응팀과 조사팀을 파견하는 재난 대응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효율성과 신속성 모든 면에서 뒤처져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해당 재난에 대한 전권을 갖고 대응할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여러 부처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긴급히 수행돼야 할 조사가 부처 간 이견으로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각 재난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에 대한 우선순위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즉각 범부처 합동 대응팀을 꾸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대응 부처 담당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진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 보니 재난이 발생하면 허둥대다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사안별로 전문가 인력풀을 사전에 구축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자문하고 대응해야 한다.

재난 대응은 시간이 생명이며 신속한 대응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2017-02-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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