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의 시시콜콜] 경찰 간부 ‘항명’과 ‘내부고발’ 사이

[황수정의 시시콜콜] 경찰 간부 ‘항명’과 ‘내부고발’ 사이

입력 2018-12-01 10:00
수정 2018-1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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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 간부가 “정치적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됐다”며 경찰 인사 내용을 국정조사해 달라고 나섰다. 외관으로는 앞뒤 잴 것 없는 ‘공개 항명’이다. 이런 일은 경찰 사상 처음이다.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은 경찰 인사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현 정부 경찰 고위직 승진 인사의 불공정성 시정 요구’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냈다. 조직에 치명적 흠집이 될 인사 불만을 내부 통신망도 아니고 외부에 공개한 행위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전후맥락을 짚어보기 앞서 어쩌다 경찰이 이 지경인가 한숨부터 나온다.

경찰대 2기인 송 부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있었던 2015년 당시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이었다. 경무관에서 이번에 치안감으로 승진하지 못한 이유가 그 사건에 대한 책임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망 사건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기동본부장으로서 책임을 덮어썼다는 것이다. 2014년 경무관 승진 이후 치안 성과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고도 승진에서 배제되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에게 ‘빽’을 써도 안 되는 인사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돌출성 행동에 경찰 안팎의 설왕설래는 뜨겁다. 경찰 고위 인사가 정치적 외풍에 휘둘린다는 내부고발을 아프게 새겨야 한다는 시선이 우선 적지 않다. 반면 “승진에 실패했다고 정확한 근거도 없이 조직의 인사를 싸잡아 부정하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백남기 농민 사건의 포괄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가세한다. 상부 지시에 따라 시위를 진압했을 뿐인 현장 실무 경찰관들이 처벌을 받고 개인 배상까지 한 마당에 기동본부장으로서 연대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이 문제를 국회가 국정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러 생각을 던지는 대목은 분명히 있다. “고위직 인사는 특별한 인사규정이 없어 청와대에서 뽑고 싶은 사람을 뽑는 구조”라고 꼬집은 그의 말이 틀렸다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강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원경환 인천지방경찰청장은 공교롭게도 이번 인사에서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원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비선실세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을 막고 검문검색했다가 좌천됐다는 주인공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코드인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일찍이 예상됐던 ‘영전’”이라는 입방아가 들린다.

이번 일은 ‘항명’과 ‘내부고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어느 쪽이었든 분명해진 한가지는 경찰의 위상과 기강이 절벽 끝에 매달렸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민노총 조합원들의 유성기업 임원 폭행을 방조했다고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에 ‘촛불 지분’을 요구하는 민노총의 오만함에 비판이 쏠리는데도 경찰이 민노총 심기를 살피는 듯한 정황은 번번이 포착된다.

경찰은 지금 안팎으로 줄줄 새는 바가지 모양새다. 건드리면 금이 갈 것같은 쪽박에다 과연 수사권을 담아 줘도 될 일인지 조마조마할 뿐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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