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 논설위원
그를 보고 “왜 이리 늦게 왔느냐”고 의사들이 타박하지만 7년간 오진한 의사들 탓이다. 7년째 극심한 두통을 앓고 있던 그는 지난 연말 S병원에서 MRI를 찍은 뒤 ‘3차 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아 약을 먹어왔다. 두통이 더 심해져 A병원을 찾았을 때서야 선양낭포암 진단을 받았다. 그 병원에서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모순되게도’ 7개월 전 오진을 받은 S병원에서 암 치료를 한다. 그는 “유능한 특진의사에게 진료를 못 받은 것이 7개월 전 오진의 원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영리화가 심화하면 빈부의 격차가 의료의 질에 반영될까 걱정한다. 돈벌이에 혈안인 병원이 유능한 의사를 부자가 독차지하도록 방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심으로 갈치조림을 먹으며 “내년 1월 복귀”라고 격려했으나 사실 그를 잃을까 두렵다. 그의 부재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부인, 딸, 며느리, 동생, 언니, 동료 그리고 나의 친구가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실은 2000만~1억원의 암보험으로 위로될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보상금과 보험금 등을 겨냥해 “가난한 집 애들이 죽어서 효도했다”거나 “시체장사 하느냐”와 같은 비인간적인 발언들이 횡행한다. 그들은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없는 것일까. 상실 후 지급된 보험금에 환호했을까. 적폐를 척결하자더니 참사 100일 만에 “누가 죽으라고 했느냐”라는 막말도 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들이여!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지 마라. 오작동하던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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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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