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논설위원
이를 다시 거론하는 건 유족들이 ‘사자(死者) 명예훼손’이라며 격앙했다는 뒷말 때문이다. 마치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포장됐다는 것이다. 유족과 복수의 지인의 말을 종합하면, 홍 위원이 꼼꼼한 성격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고생해 온 듯하다. 유족도 “최근 들어 증세가 더 안 좋아져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한다. 기자가 오래전에 만났던 홍 위원은 상당한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홍 위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으니 용퇴 압력설이 나올 수 있긴 하다. 특히 최고위 공직자의 경우라면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직 감사위원을 비리 건도 아니고 느닷없이 불러 조사했다는 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은 들여다보지 않고 국민의 눈에 의구심만 쌓이게 한 채 호통만 치고 끝내고 말았다. 꼬리가 없는 게 소문의 속성이지만, 이 건은 국가기강을 점검하는 감사원 최고위급 공직자가 자살을 택한 사안이 아닌가.
4대강 감사 등에서 보듯 감사원의 굵직한 감사 사안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여론에 휘둘릴 여지도 크다. 그래서 국민은 감사와 관련한 감사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본다. 이번 건도 국회가 파장을 예상했다면 최소한 사안의 전후를 따져본 뒤 접근했어야 옳았다. 국회가 의혹만 키운 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날 법사위의 한 의원은 “사실을 숨기면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본연의 임무는 추상 같은 업무 관련 감사다. 정치적으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 감사원 조직원들도 혹여 이번 사태의 단초가 내부에서 촉발된 것은 아닌가 자문해봐야 한다. 홍 위원의 생전에 진중했던 성격만큼이나 정치권은 이 문제를 보다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 홍 위원의 안타까운 선택을 놓고 오가는 ‘횡설수설’이 그래서 더 아쉽게 다가선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4-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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