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호 논설위원
UR 협상은 농업과 농어촌 부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계기가 됐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때 각각 42조원, 45조원의 투융자 사업이 계획됐다. 실제로 집행된 투융자는 97조원 중 62조원가량이라고 한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1월에는 ‘농업부문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119조원의 예산(투융자)을 투입하기로 한다. 국민 1인당 부담액이 200만원을 웃도는 규모다.
1994년에는 농어촌특별세가 신설됐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산업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세다. 당초 2004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2014년 6월로 10년간 연장했다. 농특세는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레저세, 증권거래세 납부 의무자 등에게 부가세 방식으로 부과된다. 농특세 세수는 2010년 3조 9019억원, 2011년 4조 8948억원, 2012년 3조 8513억원 등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6월 종료 예정이던 농특세 유효 기간을 오는 2024년 6월까지 10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농특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입법예고했다. FTA 확대에 맞춰 농림어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농특세를 10년, 20년 연장하건 말건 관심 밖인 것 같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세(稅)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쌀 재협상으로 내년까지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연장했다. 2014년 안에 언제라도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UR 협상이 타결된 이후 20년 동안 농어촌 구조 개선 등에 투입된 돈은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2인 이상 도시임금근로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391만원인 반면 농가는 3103만원으로 격차는 2288만원이나 된다. 1994년에는 농가 소득이 8만원 차이로 앞섰다. 그 이후부터는 역전돼 격차마저 커지고 있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세금이 농어촌 발전과 농업 경쟁력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할 때다.
논설위원 osh@seoul.co.kr
2013-08-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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