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웃는 신규 입주 아파트 전세
분양가보다 1억 비싸도 매물 없어 발 동동
2년 전 헬리오시티는 분양가 60%에 전세
서울 아파트 평균 첫 10억… 강남 20억 돌파
정부, 매매·전세가 담합 특별 점검 나서
“원래 신규 입주 아파트 전셋값은 분양가보다 낮은 게 정상인데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분양가마저 넘어섰어요.”
전세 폭등 여파로 전셋값이 분양가를 추월했다. 서울신문이 12일 서울 서대문, 성동, 성북, 영등포, 마포, 중랑, 은평 등 7개 지역 10곳의 최근 신규 입주 아파트 전셋값과 분양가를 비교한 결과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중랑구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59㎡) 아파트 전셋값은 이날 현재 6억원이다. 2017년 7월 분양가가 4억 7200만~5억 400만원이었는데 전셋값이 분양가를 뛰어넘었다. 같은 달 입주한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59㎡) 전세도 이날 현재 7억 2000만원으로 분양가인 6억원보다 높다.
통상 입주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빨리 구해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려는 목적으로 시세보다 전세를 싸게 내놓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약 1만 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 84㎡도 2018년 12월 입주 당시 전셋값은 분양가(8억 3000만~9억원)의 60% 수준인 6억원 선에 그쳤다. 현재 호가는 11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2월에 입주를 시작한 성동구 힐스테이트 서울숲리버(84㎡)도 입주 당시의 전셋값은 5억 4000만원으로 분양가(6억 7000만원)보다 1억 3000만원이 낮았다.
전셋값 상승은 멈출 기미가 없다.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늘어난 데다 임대차 3법 통과로 4년 안에 전셋값을 올리는 게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한번에 올려서다. 8·4 공급확대 대책으로 주택 구매에서 청약으로 돌아선 무주택자들이 전·월세 시장에 머무른 여파도 있다. 집값 상승에 따른 ‘키 맞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 509만원으로 처음 10억원을 돌파했다. 2013년 5억 1753만원이었는데 7년 만에 2배 수준이 됐다. 상승률은 2년여 더 남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2017년 5월~2020년 7월)이 56%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2013년 2월~2017년 3월) 상승률(17.3%)을 3배 넘게 압도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는 20억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추월한 전세 매물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오르는 것을 막아 놓은 상황에서 전세 공급 부족으로 대기 수요는 더 늘어나 전셋값이 분양가를 웃도는 현상은 곳곳에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부가 특정 지역, 특정 시점이 아니라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로또 청약’을 노리는 이들이 줄고 집값 상승과 전셋값 폭등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매매·전세가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특별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0-08-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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