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셧다운… 버틸 힘 없는 자영업자
코로나 재확산 공포에 텅 빈 명동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고 있는 30일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함에 따라 수도권 소재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은 21시부터 다음날 05시까지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한 제한 영업을 실시하고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2020.8.30/뉴스1
“악 소리 한번 못내고 폐업 시간만 기다려”
식당 손님 끊긴데다 임대료까지 겹쳐 고통
“여기 30여곳 음식점의 줄도산은 시간문제예요. 벌써 5곳은 문을 닫았어요.”
수도권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치킨·호프집과 식당, 헬스장 등이 ‘악’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폐업에 내몰렸다. 긴 장마와 폭염, 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인한 불황의 진한 그늘에 자영업자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30일부터 정부의 강제 영업제한이 더해지면서 더 버틸 여력이 없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경기 안양역 안양일번가에서 7년째 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이날 “코로나19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예고한 며칠 전부터는 10분의1로 줄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몇 달째 수백만원이 넘는 임대료와 인건비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치킨집과 호프집은 직격탄을 맞았다. 오후 5~7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오전 1~2시에 문을 닫는데 이번 조치로 영업시간이 4~5시간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서강대 앞의 B치킨 주인인 강모(52)씨는 “오후 5시에 문을 여는데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면 고작 4시간 영업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강제 폐업 요구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홍익대 인근의 H꼬치 사장인 이모(47)씨는 “정부는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지원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에 우리는 ‘악’ 하는 비명 한 번 내지 못하고 폐업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수원시에서 마사지숍을 운영 중인 이모(36·여)씨는 벌써 3개월째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이 오지 않는 것보다 가게 문이라도 닫아서 인건비를 아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월세만 나가고 수입은 전혀 없는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막막하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는 13만 8000명(2.5%)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직원을 둔 자영업자 위주로 감소하고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늘었지만, 올해는 직원 유무와 관계없이 동시에 줄었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35만 7000명으로 9만 1000명(6.3%)이 줄었고,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1만 6000명으로 4만 7000명(1.1%) 감소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20-08-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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