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비틀기·휨·자유분방… 천재 건축가 상상의 나래 펼치다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비틀기·휨·자유분방… 천재 건축가 상상의 나래 펼치다

    상상력 측면에서 프랭크 게리를 따를 건축가는 없을 것이다. 20세기를 마감하는 시대의 상징적인 건물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그는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조형물의 건축세계를 연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모더니즘이 주장했던 기하학이나 비례, 균질성 등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탈구조주의의 대표적 건축가 게리는 1929년 2월 2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게리의 아버지는 권투선수, 트럭운전사, 외판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데생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폴란드 태생으로 독학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익혀 아들에게 미술과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조각을 모아 작은 도시를 만들기도 했던 어린 시절의 게리는 외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철물점에서 놀기도 하고 유대인 교회에도 함께 다니곤 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었던 그는 1947년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실험정신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익힌다. 남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건축을, 하버드 디자인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게리가 건축계의 주목을 받기까지는 2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샌타모니카에 있는 자신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4)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4)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가의 위대한 발상과 창의적인 디자인은 도시의 역사를 바꿔 놓을 수 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바로 그 증거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건축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이 미술관은 쇠퇴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세계적 문화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미술관이 반드시 상자 모양일 필요가 없다는 프랭크 게리의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런던의 서쪽 끝에 있는 숙소에서 북동쪽에 있는 스탠스테드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거리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빌바오로 가는 비행기를 놓쳤다. 오후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학예사와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고, 다음 날 오전엔 기차편으로 파리로 가야 하는데 모든 스케줄이 엉망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침 빌바오와 가장 가까운 아스투리아스로 가는 비행기가 1시간 뒤 출발이었다. 아스투리아스 공항에서 오비에도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 계획에도 없었던 도시들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빌바오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15분.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예약해 놓은 숙소 주소를 알려준 뒤 중간에 구겐하임 미술관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英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 등 획기적 조형물 선보여…현대차와 내년부터 11년간 파트너십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英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 등 획기적 조형물 선보여…현대차와 내년부터 11년간 파트너십

    테이트 모던을 찾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99m 높이의 굴뚝과 길이 152m, 폭 24m, 높이 35m에 달하는 적벽돌의 거대한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일단 압도적인 규모에 놀란다. 놀란 입은 내부로 들어가면 더 벌어진다. 어마어마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화력발전소의 핵심 시설인 터빈이 자리했던 ‘터빈홀’이다. 미술관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현대미술계의 쟁쟁한 예술가들을 선정해 이곳에서 특별전시를 기획한다. 단일 전시공간으로는 최대인 이 드넓은 터빈홀을 예술가들은 마음껏 활용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테이트 모던이 현대미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터빈홀을 장식한 첫 번째 예술가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을 품은 거대한 어미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Maman)이라는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부르주아는 옛 산업 시설이 지닌 거친 매력을 간직한 터빈홀에 또 다른 거대한 거미를 들여놓았다. 2002년 인도 출신 영국인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선보인 ‘마르시아스’는 현대미술계에서 테이트 모던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전시회였다.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3>런던 테이트 모던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3>런던 테이트 모던

    모처럼 해가 쨍 비치는 날이면 영국 런던 사람들은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밀레니엄브리지를 건너 템스 강변으로 내려간다. 거리 음악가들의 연주에 어깨를 들썩이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던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으로 이어진다. 미술관의 벽이 높다는 말을 런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평화롭고 자유로운 광경은 2000년 5월 12일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21세기 시작과 함께 가동한 테이트 모던은 14년의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연간 5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런던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현대미술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확고부동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템스 강 남쪽 기슭에 위치한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화력발전소다.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코트(1880~1960) 경이 설계했다. 발전소는 수십년 동안 런던을 상징하는 사회 기간시설이었지만 공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1981년 문을 닫았다. 벽돌조의 화력발전소 건물은 20여년 동안 방치돼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한 달에 한 작품씩 전시… 공습경보 중에도 연주회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한 달에 한 작품씩 전시… 공습경보 중에도 연주회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영국인들이 기울인 노력은 한마디로 감동의 드라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유럽대륙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던 1938년부터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에서는 소장품 소개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1939년 9월 개전이 선포된 지 열흘 만에 갤러리가 소장한 회화작품들은 안전을 위해 웨일스의 성, 대학, 국립도서관 등 다양한 장소로 옮겨졌다. 하지만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 치하로 들어가고 전쟁이 본격화되자 작품들을 더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캐나다로 옮기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지만 당시 관장이던 케네스 클락은 운송 중 독일 잠수함 U-보트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윈스턴 처칠을 찾아가 작품들을 영국내 안전한 장소 한곳에 모아 줄 것을 요청했다. 처칠은 작품들이 영국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캐나다행에 반대의견을 내놓았고 모든 작품은 북 웨일스의 매노드에 있는 지하 채석장으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이들의 선견지명이 옳았던 것이 내셔널 갤러리는 전쟁이 한창 격렬해진 1940년 10월부터 1941년 4월 사이에 9차례 폭격을 받았고 건물 일부가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2>英 런던 내셔널 갤러리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2>英 런던 내셔널 갤러리

    런던 트라팔가 광장은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1805년 스페인 남쪽 트라팔가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나폴레옹이 지휘하던 프랑스·스페인 연합군을 격파한 넬슨 제독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이 광장에는 높이 50m나 되는 기둥 위에 세워진 넬슨제독의 동상, 수많은 비둘기들이 모여드는 아름다운 분수가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명실상부한 런던 최고의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트라팔가 광장의 넘치는 생동감은 미술관으로 들어가서도 이어진다. 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고상하고 딱딱한 분위기는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가운데 놓인 편한 소파에 앉아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어떤 이는 미술관에 비치된 이동식 의자를 좋아하는 거장의 그림 앞에 가져다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기도 한다. 손주에게 그림을 설명해 주는 할머니,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온 중년의 아들, 넥타이 맨 회사원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이곳에선 편안한 마음으로 거장들의 작품을 만끽한다. 마치 내 집 거실에 있는 것처럼. ●한 해 603만명 관람… 세계 4위 규모 13세기부터 20세기에 걸친 서양 유럽회화 2300여점을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레오나르도 다빈치 ·반 고흐 등 13~20세기의 회화 작품 가득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레오나르도 다빈치 ·반 고흐 등 13~20세기의 회화 작품 가득

    런던 내셔널 갤러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부터 반 고흐의 작품까지 가치를 추정할 수 없는 회화 작품들이 가득하다. 미술사학자 언스트 곰브리치가 세계적 스테디셀러인 ‘서양미술사’를 쓸 때 내셔널 갤러리의 작품을 중심으로 썼다고 할 정도로, 이 미술관의 작품만 제대로 둘러봐도 서양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내셔널 갤러리의 컬렉션은 초기엔 15세기와 16세기 이탈리아 회화 중심이었지만 1855년 당시 관장이던 찰스 이스트레이크 경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컬렉션을 구입하면서 훨씬 풍부해졌다. 이 시기에 보충한 13, 14세기 이탈리아 회화작품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이탈리아 회화 컬렉션을 보유하게 된다. 뜻있는 컬렉터들의 기증과 1871년 당시 총리였던 로버트 필 경의 컬렉션을 구입하게 됨으로써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등 이탈리아 이외 지역의 주요 회화작품들이 갖춰지게 된다. 크게 4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 내셔널 갤러리의 작품들은 연대순으로 전시관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세인즈베리관은 보티첼리, 반 에이크, 벨리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등 1260년대부터 1510년 사이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대정원’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대정원’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영국박물관의 엘리자베스 2세 대정원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193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출생했다. 최신 공법과 재료를 건축 디자인에 결합하는 하이테크 건축의 근거지를 영국이라고 한다면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포스터다. 그는 여기에 ‘지속 가능성’을 추가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을 바탕에 깔고, 첨단 기술과 공학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대담하면서도 효율적인 기능을 가진 광대한 스케일의 건축물을 완성한다. “일터든, 집이든, 공공건물이든 간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역과 환경에 따라 자연과 공생하는 유기체로서 건축을 바라본다. 유리의 투명성과 철, 알루미늄 같은 금속 재료를 사용해 구조미학을 노출하면서 쾌적함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구조와 시스템은 외부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그의 작품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합리적이다. 1967년 포스터앤드파트너스를 설립해 세계 도처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을 선보이고 있다. 윌리스 파버 앤드 뒤마 본사(1974)와 홍콩상하이은행 본사건물(1979)을 비롯해 영국 런던 근교의 스탠스테드공항(1991), 스페인 빌바오 지하철(1995), 프랑크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1> 영국박물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1> 영국박물관

    박물관과 미술관은 문화 생태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전통적 문화 강국으로 꼽히는 유럽 국가들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창간 110주년을 맞아 ‘예술을 품은 예술 공간’, 즉 건축적 관점에서 세계 유수의 박물관·미술관과 국내의 대표 미술관을 탐사하는 특집 기획을 연재합니다. 문화융성을 위해 마련한 기획시리즈를 통해 예술의 역사와 건축의 역사, 그리고 미술관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기자 유럽 주요 도시의 유서 깊은 박물관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박물관 전성시대’를 열었고, 그 유행을 선도한 곳이 바로 우리가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다. 파리의 루브르, 로마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박물관은 800만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모아 온 전리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와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로제타스톤·람세스2세 석상 등 세계최대 800만점 전시품 보유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로제타스톤·람세스2세 석상 등 세계최대 800만점 전시품 보유

    영국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제대로 보려면 며칠을 돌아도 모자란다. 내부 전시품은 크게 이집트, 고대 근동, 고대 그리스, 아시아로 나뉘어 있다. 중앙홀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이집트 전시실이 나오고, 입구 중앙에 그 유명한 로제타스톤이 있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중에 나일강 삼각주에 위치한 로제타마을에서 병사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기원전 196년경 프톨레마이오스 왕의 칙령을 담고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람세스 2세의 석상도 필수 관람 코스다. 프랑스 군인들이 옮겨가려고 오른쪽 어깨에 구멍을 뚫었지만 못 가져가고 1816년 대영제국 시대 영국으로 옮겨왔다. 고대근동관에서는 기원전 8세기경 아시리아 왕 사르곤 2세의 궁전 성문 입구를 지키던 수호동물 ‘라마수’ 석상이 중요하다. 인간의 머리에 독수리 날개를 달고 황소의 몸을 가진 라마수는 앞에서 보면 정지된 모습이지만 옆면은 걷고 있다. 1931년 조지프 듀빈 경의 기부금으로 지어져 듀빈갤러리로 명명된 그리스 전시실에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가져온 대리석 부조물이 있다. 19세기 초 터키 대사를 지낸 토머스 브루스 백작(엘긴 경)이 파르테논 신전 건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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