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53>제주 따라비오름
1995년쯤, 처음으로 제주 오름을 올랐는데 너무 좋아 눈물이 났다. 초원의 부드러운 곡선과 시원한 전망, 말과 소가 풀을 뜯는 한가로운 시간, 무덤과 오름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풍경…. 그야말로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취가 살아 있었다. 제주에 대략 368개의 오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입이 쫙 벌어졌다. 그 후 제주에 갈 때마다 오름을 찾았고, 오름은 히말라야와 알프스에 견줄 만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2000년 들어 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제주올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오름 역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구불구불 농로를 따라 찾아가는 맛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자리잡은 따라비오름은 가을철 억새가 좋은 오름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철 눈과 어울린 풍경도 빼어나다. 따라비오름의 들머리는 가시리와 성읍2리 두 군데가 있지만, 겨울철에는 접근하기 쉬운 가시리 쪽이 좋겠다. 따라비오름의 높이는 342m, 실제 오르는 높이는 100m가 좀 넘는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데 2시간이면 넉넉하다. 따라비란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땅할아버지’에서 나온 것이 설득력이 있다. 주변에 모지(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