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의 ‘짐노페디’ 들으며… ‘안단테 칸타빌레’ 같은 산책을 하다 [강동삼의 벅차오름]
#상속받은 돈으로 똑같은 벨벳정장 7벌을 사서 평생 입은 남자…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온 남자
매일 우산을 들고 다니지만 정작 비가 올 때는 우산이 젖지 않도록 고이 품 안에 넣고 비를 맞는 남자, 흰색으로만 된 음식을 먹었던 유별난 남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고독한 남자, 작곡가라기 보다 발명가로 불린 남자, 음악 형식이나 기법도 모두 무시해버린, 음악 역사상 최고의 괴짜 작곡가였던 남자, 카페 피아니스트로 음악사에 등장한 최초의 음악가인 남자, 르누아르의 ‘부지발에서의 댄스’ 속 여인 쉬잔 발라동을 영원히 잊지 못해 독신으로 산 남자, 상속받은 돈으로 똑같은 벨벳정장 7벌을 사서 평생 그 옷만 입었던 남자,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온 남자….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이쯤 얘기하면 누구인지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어도 OOO침대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을 떠올리면 낯설지만은 않을 터이다. 가구음악으로 유명한 프랑스 괴짜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다. 가구처럼 편안한 음악, 가구음악(Furniture Music)의 장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