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지식을 팝니다? 심리를 파고든다

    지식을 팝니다? 심리를 파고든다

    당신의 지적 초조함을 이해합니다/뤄전위 지음/최지희 옮김/글항아리/400쪽/1만 7000원 하루 이틀이 멀다 하고 반복되는 미세먼지 뉴스를 들으며 누구나 자연스럽게 중국을 탓하게 된다. 대기질 악화의 주범으로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지목되기 때문이다.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정치권의 공언이 있었지만, 과연 제대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 중국 최대의 지식 커뮤니티 ‘뤄지쓰웨이’와 지식 애플리케이션 ‘더다오’의 창업자 뤄전위(羅振宇)의 책 ‘당신의 지적 초조함을 이해합니다’를 읽어 보면 중국이 설득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밥공기를 포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저자는 베이징의 대기질을 30여년 전으로 돌리기 위해 경제도 30여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당연한 논리를 설파한다. 저자는 원래 중국 CC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PD였다. PD 출신답게 그가 가진 최대 장점은 스토리텔링 능력. 2008년 프리랜서로 전향한 그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뛰어들어 1인 미디어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별명은 ‘뤄팡’, 즉 우리말로 ‘돼지’, ‘뚱보’다. 그만큼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와 화려한 언변을 가진 저자는 60분
  • 부스스한 머리·맨발의 과학자, 자유로운 일상이 빚어낸 천재성

    부스스한 머리·맨발의 과학자, 자유로운 일상이 빚어낸 천재성

    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지음/이기숙 옮김/문학동네/384쪽/1만 5500원 ‘정신은 신체 없이도 훌륭하게 유지되며 자신과 세계에 대해 혼자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 주장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의 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은 신체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뇌 중심적 자아상’은 거의 퇴색했다. 거꾸로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는 식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책도 뇌가 몸과 사고를 지배한다는 뇌 우위설(說)을 각종 실험과 문헌을 들어 조목조목 뒤집는다. ‘천재 중의 천재’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인 전복의 사례다. 아인슈타인 사후 학계는 빼어난 천재성과 창의력을 규명하기 위해 그의 뇌를 세밀히 연구해 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까지 발견된 특별한 구석은 없다. 오히려 평범한 남자의 뇌보다 145g 정도 가벼웠다. 저자는 몸과 일상생활 중심의 아인슈타인을 파고든다. 아무렇게나 입는 옷과 항상 에부수수한 머리, 그리고 거의 신지 않는 양말….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특별한 뇌가 아니라 관습과 틀
  • [책꽂이]

    [책꽂이]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안도현 지음, 송필용 그림, 다선출판사 펴냄) 식물을 노래한 안도현 시인의 시 50편에 송필용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선집. 서른다섯 살이 되어 애기똥풀을 처음 알았다는 시인은 “나는 식물의 이름을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애기똥풀이라는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썼다. 108쪽. 1만 2000원. 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민음사 펴냄)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연애, 취직, 결혼 등 사회초년생에게 막중한 과업이 된 사건을 통과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리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사회생활 보고서, 인간관계 관찰일지다. 328쪽. 1만 2000원. 영어의 힘 (멜빈 브래그 지음, 김명숙·문안나 옮김, 사이 펴냄) 영국 BBC에서 30년 이상 프로듀서로 일하며 영어에 관한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저자가 겨우 15만명이 쓰던 게르만어 방언에 불과했던 영어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하게 됐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504쪽. 1만 9500원.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 (막시밀리안 모저 지음, 이덕임 옮김, 추수밭 펴냄) ‘시간치료학’
  • [그 책속 이미지] 펜을 든 동양 소년, 독립을 외치다

    [그 책속 이미지] 펜을 든 동양 소년, 독립을 외치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정상천 지음/산지니/316쪽/1만 6000원 빛바랜 흑백사진, 서양 소년들 사이로 익숙한 외모의 동양 소년이 앉아 있다. 다부진 입매가 돋보이는 소년은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의 권유로 프랑스로 유학 간 서영해(원 안)다. 우리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보베시의 ‘리세’에서 파란 눈의 축구부 급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엄혹했던 시절, 일제에 저항해 어떤 이는 총과 폭탄을 들었지만 어떤 이는 펜을 들고 낯선 땅에 갔다. 외교관이자 언론인, 소설가였던 서영해는 일생을 서방세계에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힘썼다. “미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다”고 할 정도로 임시정부의 공식적인 양대 외교 축이었지만, 안타깝게 역사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책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막내로 활동하다 1920년 프랑스로 유학 간 청년 서영해를 그린다. 그는 임정 외무부의 지시로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한반도 침략상을 전 유럽에 알렸다. 불어로 장편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의 주변’과 민담집 ‘거울, 불행의 원인’ 등도 집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유럽에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여인 엘리자와 결혼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과학으로 들여다본 사후 세계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과학으로 들여다본 사후 세계

    천국의 발명/마이클 셔머 지음/김성훈 옮김/아르테(arte)/468쪽/2만 8000원 불교를 공부하는 모임에 오신 분이 스님께 질문했다. “정말 윤회가 있을까요? 윤회가 없다면 내 맘대로 살아버리고 싶어요.” 착하고 반듯하기로 정평이 난 분이었다. 스님은 그저 웃으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윤회가 없다고 생각할 때랑 있다고 생각할 때, 내 삶이 달라질까?” 아니, 달라질 리 없다. 매 순간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려서 이곳에 왔다. 삶이 유일무이한 것이든, 백번 천번 반복되는 것이든 마찬가지이리라. 결정이 달라질 리 없으니. 매번 최선의 선택을 내리려고 고심했을 테니. 우리는 죽음을 모르기에,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수천 수만의 갈래로 상상이 된다. 누구든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그 이후의 과정을 공신력 있고 명백하게 밝혀낸 이는 없다. 죽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고, 죽음 후에 돌아와서 검증 가능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도 한 명도 없다. 모를 수밖에 없다고 모르는 채로 두자니 불안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천국과 지옥, 영생의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는 지금의 삶도 슬금슬금 압박해 들어왔다. 이 책
  • “초한지 원본 ‘서한연의’가 삼국지의 아류?… 이문열, 오해한 것”

    “초한지 원본 ‘서한연의’가 삼국지의 아류?… 이문열, 오해한 것”

    “삼국지에 버금가는 역사 디테일·묘사 역사 비틀고 지나치게 엇바꾼 것 아닌 그 시대에 따른 민중의 관심·유습 반영 17세기 견위도 민간 이야기 섞어 출간 초한지, 이합집산 거듭하는 현재와 비슷” 사면초가, 지록위마, 토사구팽, 낭중지추…. 이 많은 사자성어들은 다 ‘초한지’에서 왔다. 유방은 유비보다 멀고, 초·한은 장기판에서나 보는 듯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실생활에 근접해 있는 게 초한지다. 정비석, 김홍신, 이문열 등의 책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초한지의 원본인 견위(생몰연대 미상)의 ‘서한연의’를 저본으로 완역한 것은 국내에 한 권도 없었다. 국내 최초 ‘루쉰전집’ 발간에 참여하고 ‘동주 열국지’를 완역한 인문학자 김영문(59)씨가 이번에는 ‘원본 초한지’(전3권·교유서가)를 내놨다. 그를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초한지를 완역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5년에 내놓은 ‘동주 열국지’ 후속작을 고민하다 동주 열국지(춘추전국시대) 다음 시대가 초한지라서 보게 됐다. 원본이 ‘서한연의’라는 건 알았지만 이문열씨가 ‘초한지’ 서문에 서한연의에 대해 혹평을 해 놓은 걸 보고 선뜻 마음이 가질 않더라. 그래서 초·한에 관한 다른
  •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연인들은 부지런히…’ ‘착한 사람이…’ 등 꽃잎으로 산화한 그의 심장 같은 시편들 꼬박 50년 인생을 살았던 시인은 살아생전 부지런히 죽음에 관한 시어를 골랐다. 그랬던 그가 가기 직전 그러쥔 것은 사랑과 이별이었다. 지난해 2월 3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박서영(사진 왼쪽·1968~2018) 시인 1주기를 맞아 시집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사진 가운데·문학동네),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사진 오른쪽·걷는사람) 등 유고 시집 2권과 2006년 출간됐다 절판된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걷는사람) 등이다. 1995년 ‘현대시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첫 시집 때부터 ‘죽음으로 가득 찬 시 세계’에 천착했다. 경남 고성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마을 주변에 널린 수많은 무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 지인들이 모은 원고에 문예지 등에 발표됐던 시를 모은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에서 시인은 ‘나는 흰 사람처럼 서 있다/노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서 있다/애도할 무언가 있는 것처럼 서 있다/수많은 의자를 배경으로 둔 채/여전히 누군가를
  • ‘스카이캐슬’ 처럼 서열 욕망과 민낯

    ‘스카이캐슬’ 처럼 서열 욕망과 민낯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대학입시를 소재로 삼아 학생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짚었다. 극 중 한서진(염정아 분)이 자신의 자녀를 그렇게도 보내고 싶어했던 서울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라마를 본 부모들은 내심 ‘인(in)서울’ 대학 정도는 바랐을 터다. 그래야 변변한 직장이라도 갈 수 있으니까. 인서울 대학과 지방대 사이에는 분명 서열이 존재한다.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이는 부정키 어려운 사실이다. 왜 서울의대에, 인서울 대학에 자녀를 보내려 기를 쓰는 것일까. 대학 이후 이어질 서열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이런 의미에서 스카이캐슬은 사실상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여전히 견고하다.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신간 ‘바벨탑 공화국´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좀 더 확장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서열에 밀리지 않으려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 사회의 심성과 행태, 그리고 서열이 갑질을 부르고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그 상징을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라 표현했다. 물론, 서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저자는 “서열
  • [책꽂이]

    [책꽂이]

    미투의 정치학(권김현영·루인·정희진·한채윤 지음, 교양인 펴냄)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 모임 ‘도란스’가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미투 이후를 모색한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사회의 남성연대 등을 살펴봄으로써 성차별을 지속시키는 사회 부정의를 파헤친다. 196쪽. 1만 2000원.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은형 지음, 앳워크 펴냄)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인 밀레니얼 세대. 조직의 30%까지 늘어난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들과 다른 행동으로 기성 세대를 긴장케 한다.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로 조직행동론을 가르치는 저자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그들과 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준다. 264쪽. 1만 4000원. 전쟁과 희생(강인철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전사자 숭배’라는 관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재해석한 저작. 전사자 숭배란 의례, 묘, 기념시설, 서훈·표창 등을 모두 망라한다. 저자는 국가와 지배층이 전사자들의 육신을 전유해 정치화함으로써 전쟁을 미화하거나 신화화하고 국민들을 동원한다고 지적한다. 636쪽. 2만 8000원.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과학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의 경계는 없다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과학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의 경계는 없다

    최초의 SF로 여겨지는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손에서 창조된 괴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을 하다가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내고, 괴물은 빅터에게 창조의 책임을 요구한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켄슈타인’의 테마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영화와 소설에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의 실험실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새로운 생명이 매일 태어난다.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는 이처럼 과학을 담아내고 성찰하며 때로 예측한다.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현대의 고전과 명작, 대중문화를 통해 과학을 성찰하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서울대 교양과학 강의 ‘과학기술과 대중문화’에 바탕하여 집필되었다. SF 영화에는 기술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책임질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는 괴짜 과학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현실의 과학자들에 비해 많이 과장된 모습이지만, 핵전쟁과 환경파괴를 겪은 인류가 과학에 대해 경계하고자 하는 바가 전형적 인물로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 남성으로 나오는 괴짜 과학자들과 달리 여성 과학자의 대중적 이미지를 살펴보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미니멀 라이프 권하는 책들… 비워 볼까요

    설 연휴를 지나고서 30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모두 비웠습니다. 받은 편지함에 적힌 숫자 ‘0’을 보니, 어찌나 시원하던지요. 이메일을 비운 계기가 된 건 요새 읽은 미니멀리즘 책이었습니다. 연초와 설 연휴 전후에 관련 분야 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책은 묵은 것을 정리하고, 가볍게 출발하기를 권합니다. 최근 재밌게 본 미니멀리즘 관련 책은 ‘나는 미니멀리스트, 이기주의자입니다’(홍시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저자 시부야 나오토는 부유하게 살다가 부모가 이혼한 뒤 집안 형편이 나빠지며 최소한의 삶을 살겠다 결심합니다. 현재 그는 2평짜리 집에서 삽니다. 옷은 열 벌이 채 안 되고, 집에 냉장고도 없습니다. 대신 직접 장을 보고 고구마, 현미, 연어 등으로 꾸린 식사를 하루 한 끼만 합니다. 그의 삶을 보자니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비즈니스북스)가 떠올랐습니다. 두 책 모두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모두 버리라는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강조합니다. 저자의 삶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이런 삶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마저도 듭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정리 관련 책들도 눈에 띕니다. 정리 컨설턴트인 윤선현씨가 낸 ‘이대로는 안 되
  • [그 책속 이미지] 그림 같은 사진, 그 따뜻한 시선

    [그 책속 이미지] 그림 같은 사진, 그 따뜻한 시선

    하늘색 굵은 줄 밑으로 분홍 선이 맞닿았다. 분홍 선은 다시 비스듬한 흰 면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그린 그림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림 같은 이 사진은 사진작가 최병관이 2014년 찍은 강릉 어느 집 담벼락의 모습이다. 하늘색 플라스틱과 붉은색 플라스틱 벽체에 흰 눈이 쌓인 모습을 확대하고 조리개를 조절해 흐릿하게 만들었다. 사진 한 장일 뿐이지만,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103년 만의 폭설이라는 소식을 듣고 사진을 찍으려 강릉으로 향했다. 산간 마을 고립된 집에 사시는 한 할머니가 걱정스러웠지만, 산처럼 쌓인 눈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비상금으로 숨겨둔 지폐 몇 장을 돌돌 말아 집 안으로 던져놓고 조심하시라 당부하고 길을 떠난다. 민간인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촬영한 사진작가로 알려진 최병관의 사진집 ‘자연과 사진가의 오랜 동행’은 작가의 사진 철학을 담은 포토 에세이집이다. 최고의 피사체인 빛, 꽃, 하늘, 계절, 생명 등 오랫동안 교감한 자연의 모습 150여장을 담았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알려주는 작업일기로 촬영 기술은 물론, 사진작가로서의 마음가짐도 배울 수 있다.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담백한 글이 특히 와
  • 소설 속 젤리 살인사건 그 판결은 정의로웠나

    소설 속 젤리 살인사건 그 판결은 정의로웠나

    7년여간 ‘소설 쓰는 판사’였던 작가가 ‘소설 쓰는 변호사’로 돌아와 내놓은 첫 소설이다. 표지 한가득 시선을 강탈하는 빨간색 젤리는 소설이 일명 ‘젤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현직 부장판사인 ‘나’(현민우)가 1년 전 재판한 ‘젤리 살인사건’을 반추하며 시작된다. 연인 사이인 남녀가 모텔에 체크인했고, 몇 시간 후 여자가 119에 신고해 달라며 다급하게 인터폰으로 요청하더니 급기야는 맨발로 프런트에 달려온다. 남자친구가 젤리를 먹다가 목에 걸려 숨을 못 쉰다는 것. 남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고, 얼마 후 여자친구에게는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검찰은 계획적인 보험살인으로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현민우도 여자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배석 판사들은 반박한다. 그것이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을 거친 판결이냐고. 종종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재판에서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 이는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최악을 수반하는 최선’ 대신 ‘덜 위험한 차악’을 선택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판사는 인간이기 전에 시스템이라는 서술에서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깊은 회한이 느껴진다. 소설은 그런 비판에
  •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요즘 ‘여자라면 자고로’, ‘여자가 감히’와 같은 구태의연한 말을 꺼낸다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터다. 세상에 ‘여자니까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여성을 옭아맸던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다움’을 버리지 않고, 남들의 눈엣가시가 되길 꺼리지 않는 ‘만만찮은 여자들’ 덕분이다. 저자가 정의한 ‘만만찮은 여자들’이란 “자신의 필요와 열정과 목표가 주변 사람들의 필요나 열정, 목표 못잖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자 “자기에게 주어지는 사회문화적인 기대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지 않는 여자”다. 또 그들은 “자신이라는 인간을 온전히 실현하는 대가로 가끔은 남들을 언짢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그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뒤엎을 의지가 강해지기를 갈망하는 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9명의 여성 역시 그렇다.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과학자는 마음속에 품어 왔던 야망을 바탕 삼아 총리로 변신했고(앙겔라 메르켈), 무엇이든
  • 생각하고 사랑하고… 인간을 점점 닮아가는 동물

    생각하고 사랑하고… 인간을 점점 닮아가는 동물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872년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라는 획기적인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학계에선 주목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기억에서 거의 지워지다시피 했다. 그 책에서 다윈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기쁨, 슬픔, 또는 분노처럼 기본적인 감정을 느낄 때 유사한 형태의 표정을 짓는다.’ 인간과 동물이 유사한 감정을 가진다는 이 명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 기간 잘못된 주장으로 치부됐다. 그 외면의 가장 큰 바탕은 당대까지도 유력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 때문이었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고 동물은 본능에 따르는 만큼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 하지만 이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거의 설득력을 잃어 가는 추세다. 독일 동물행동학의 선구자인 뮌스터대 동물행동학연구소 노르베르트 작서 소장도 책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기뻐하고 화 낼 줄도 알며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동물도 이성을 가졌다니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각종 실험과 사례들을 통해 드러내는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진원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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