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시는 붓이 아니라 발로 쓰는 것”

    “시는 붓이 아니라 발로 쓰는 것”

    ‘당신이 몹시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아프다, 는 말보다/몹시, 라는 말이 더 아팠습니다//그러니까 당신은 몹시의 발원지/몹에서 입을 꽉 다물고/시에서 겨우 입술을 뗍니다/그날부터 나의 시는 모두 몹시가 되었습니다.’(시 ‘몹시’ 일부) 이문재 시인의 말을 빌리면 ‘한반도 남쪽이 다 자기 영토’라는 이원규(57) 시인이 11년 만에 신작 시집을 펴냈다. 51편의 시에 10년 동안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인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역락)이다. 198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21년 동안 지리산 빈집을 전전하며 8번 이사를 해 ‘지리산 시인’으로 불린다. 지금은 섬진강 건너 백운산 매화마을 인근에 거처 ‘예술곳간 몽유’를 마련했다. 시집은 ‘시는 가슴과 머리와 붓으로 쓰는 게 아니라 발로 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인의 부지런한 발자취로 이뤄져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지리산과 낙동강 도보순례 등 3만리를 걸으며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구 둘레 27바퀴에 달하는 110만㎞를 달렸다.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시를 쓰고, 거기서 만난 야생화와 토종 나무들 위로 떠오르는 별을 사진에 담았다. 길 위에서 얻은 결핵성 늑
  • 비정규직과 재벌  그들에게 국가란

    비정규직과 재벌 그들에게 국가란

    “저는 1976년 베트남전이 종식되고 있던 시점부터 이 나라의 형편, 경제 구조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베트남전 특수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10년 이상 진행한 경제 개발과 함께 분배의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정부는 ‘지금은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축적의 시기’라고 했고, 오늘에 와서 대한민국은 소득격차가 커지며 역피라미드 사회가 됐습니다. 70대 이상 세대들은 경제발전 최전선에서 희생만 하고 별로 덕 보지 못한 채로 일생이 지나갔습니다. 그 덕을 우리 아들들이 봤지만, 사회 구성이 커지면서 그 덕마저 한쪽으로 치우쳤습니다. 제 손자가 스무 살이 됐는데, 손자세대만큼은 우리 세대가 겪은 모순과 갈등을 겪지 말고 정상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소설을 썼습니다.” 각 국가 부패 지수, 지니 계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내총생산(GDP) 등이 줄줄 터져 나왔다. 소설에 나온 각종 통계 수치를 줄줄 읊는 강사는 본인에 다름 아니었다. 신작 ‘천년의 질문’(전 3권·해냄)을 출간한 조정래(76) 작가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천년을 이어 온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두
  • 교보 베스트셀러 100위 살펴보니 ‘인문학 약진’ 뚜렷

    교보 베스트셀러 100위 살펴보니 ‘인문학 약진’ 뚜렷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 인문 분야 책이 19종이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종합 10위 내에 인문 분야 책이 한 권도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12가지 인생의 법칙’ 2권이 포함되는 등 인문 분야 약진이 뚜렷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수오서재)이었다. 교보문고는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100위 안에 인문 분야 서적이 19종으로 가장 많았다. 에세이는 18종으로 뒤를 이었고, 소설은 14종이었다. e북에서도 100위권 내 22종이 인문 분야였다. 특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1위를 차지했다. 인문 분야와 함께 취업·수험서 분야 판매가 늘었고, 소설과 여행 분야는 부진했다. 한국소설 분야에서는 여성 작가들 활약이 눈에 띄었다. 상위 1~10위 가운데 문학상 수상작품집 2개를 제외한 8종이 여성 작가 작품이었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줄고 모바일 채널 확대 추세도 이어졌다. 오프라인영업점(50.5%), 인터넷(21.7%), 모바일(27.8%) 순이었다. 상반기 전체 도서 구매자 성별은 여성이 60.
  • 11개국 출판인, 한국 작가 보러 온다

    11개국 출판인, 한국 작가 보러 온다

    한국문학 번역 출간에 관심이 많은 11개국 출판인이 한국을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한국문학번역원과 함께 18~22일 코엑스와 최인아책방 등에서 ‘2019 한국문학 쇼케이스’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미국 아키펠라고 엠마 라닷츠 편집자, 프랑스 닐 출판사 클레르 도 세호 편집장, 일본 헤이본샤의 마츠이 준 편집부차장 등 11개국 출판인들은 국내 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 30여 명과 함께 번역출판 국제 워크숍, 한국문학 교차언어 낭독회, 번역가 멘토링, 저작권 면담 등을 닷새 동안 진행한다. 미국 아키펠라고는 한 해 30개 언어 160권을 출간한다. 번역 문학에 수여하는 국제더블린문학상, PEN 등 다수 문학상 후보로 선정됐다. 2006년 염상섭의 ’삼대’를 출간했으며, 천명관의 ‘고래’를 출간할 예정이다. 프랑스 대표 출판사인 ‘호베르 라퐁’의 임프린트인 닐 출판사는 문학, 인문 등 저명한 도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 1941년 설립해 연 200종, 누적 4500종을 출간한다. 한국문학 가운데에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곧 출간한다. 헤이본샤는 1914년 설립해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동양문고 시리즈를 비롯한 사전류,
  • 신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최신 영화보다 ‘좋은 영화’를 보고싶은 이들에게

    신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최신 영화보다 ‘좋은 영화’를 보고싶은 이들에게

    인기 팟캐스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가 책으로 나왔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최신 영화를 보는 것보다 좋았던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깨달음을 주변의 영화 애호가들에게 틈틈이 설파하고 공감도 얻은 김에 팟캐스트를 통해 좀더 스피커를 키워보기로 했다” -여는 글 중에서 동명의 영화 분야 인기 팟캐스트를 진행자 권오섭, 최상훈이 재구성하여 새롭게 집필했다. 개성 넘치는 주제별 추천영화 리스트에 팟캐스트 진행자들의 솔직담백한 코멘트, 영화에 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 최과장이 별도 선정한 번외리스트 등 다양한 코너를 요리조리 맛깔스럽게 버무렸다. 영화가 ‘쉽고 맛있게 읽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영화 보는 안목’을 길러주어 영화를 잘 모르는 이들도, 진지하게 영화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자들도, 영화를 이미 잘 아는 마니아들도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가이드북이다.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보고, 안 본 영화는 찾아보게 만드는 마성의 팟캐스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무영보)’는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진행자들의 해박한 영화 지식, 넘치는 끼와 유려한 입담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영화 분야 인기 팟캐스트로
  • ‘맛’있는 도서전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다양한 ‘맛’ 관련 행사가 준비돼 있다. 책 구경만 하지 말고 다양한 행사를 즐겨보자. 서울국제도서전은 10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19일부터 닷새 동안 열리는 도서전 주요 행사를 안내했다. 올해 도서전 이색 행사로 ‘책과 맛의 특별한 만남’을 준비했다.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욱정 KBS 피디가 도서전 현장에 ‘오픈 키친’ 무대를 차리고 요리 시연과 강연을 진행한다. 이해림 작가, 박찬일 요리사, 이용재 평론가 등 대담 행사를 비롯해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노영희 요리사의 요리 시연도 마련했다. 대전 유명 빵집인 ‘성심당’이 도서 전시, 대담, 제빵 판매 등을 진행한다. 맛을 주제로 권여선, 김봉곤, 박찬일, 성석제, 안희연, 오은, 이승우, 이용재, 이해림, 정은지 등 작가 10명이 참여한 ‘맛의 기억’은 이번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도서다. 도서전에서 일정 금액 이상 책을 구입하면 받을 수 있는 비매품이다. 신간 도서 10권을 서점보다 도서전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장강명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배우 정우성 ‘난민을 만나다’를 비롯해 김초엽, 나형수
  • 여성詩 최전선 지킨 김혜순… 그의 목소리, 세계 보편이 되다

    여성詩 최전선 지킨 김혜순… 그의 목소리, 세계 보편이 되다

    투병생활·세월호·메르스 다룬 시 49편 시집 영역 최돈미 번역가와 함께 수상 “영혼이 우리 곁 떠나는 고통 담아” 평가 1979년 등단… 매번 ‘시의 정치성’ 발현 “국가 도움 못 받은 영혼들에 영광” 소감 ‘아직 죽지 않아서 부끄럽지 않냐고 매년 매달 저 무덤들에서 저 저잣거리에서 질문이 솟아오르는 나라에서, 이토록 억울한 죽음이 수많은 나라에서 시를 쓴다는 것/중략/ 이 시를 쓰는 동안 무지무지 아팠다.’ 김혜순(64) 시인은 지난 2016년 출간한 시집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에 이렇게 썼다. 2015년,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경험을 한 시인은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삼차신경통’이라는 사적인 고통과, 세월호·메르스의 참상 속에서 49편의 시를 써내려 갔다. 그렇게 씌어진 시는 지난 6일(현지시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을 영역한 최돈미(번역가) 시인과 함께다. 그리핀 시 문학상은 캐나다의 기업가이자 독립문학 출판사인 아난시 프레스의 대표 스콧 그리핀이 시 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000년에 설립했다. 자국인 캐나다 부문과 국제 부문으로 나눠 수여되며 영어권에서는 최종
  • 국립국어원, 다문화가정, 한국어 부족한 학생 위한 교재 출간

    국립국어원, 다문화가정, 한국어 부족한 학생 위한 교재 출간

    국립국어원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재 2종 8권과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학령기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재 4종 17권을 최근 개정 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는 2009~2013년 발간한 ‘결혼이민자와 함께하는 한국어’를 전면 개정한 책이다. 학습 대상자를 기존 여성 결혼이민자에서 다문화가정 남녀 성인 구성원으로 넓히고, 이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구어 능력 향상을 위한 ‘즐거운 한국어’와 문어 능력 향상을 위한 ‘정확한 한국어’로 분권해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게 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규 한국어 교육과정(1~4단계, 각 100시간)을 이수하기 어려운 이들이 효율적으로 교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상세한 지침을 지도서에 실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2종 11권과 ‘중고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2종 6권도 새로 냈다. 기존 2014년~2016년 출간한 ‘표준 한국어’를 2017년 개정한 교육과정에 맞춰 다시 출간했으며,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기르는 ‘의사소통 한국어’와 교과 적응 및 학습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기르는 ‘학습 도구 한국어’로 구
  • 김혜순 시인,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김혜순 시인,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 ‘그리핀 시 문학상’(The Griffin Poetry Prize 2019) 국제 부문에 김혜순(64)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이 선정됐다. 그리핀 재단은 6일(현지시간) 김 시인과 이를 영어로 번역한 최돈미 작가가 ‘더 그리핀 포이트리 프라이즈 2019’ 국제부문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부문에는 이브 조셉의 ‘말다툼’(Quarrels)이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6만 5000 캐나다 달러(570만원)가 지급된다. 시집 ‘죽음의 자서전’은 2015년 ‘삼차신경통’이라는 온몸이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던 시인이 메르스 사태로 병원을 옳겨 다니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써내려 간 49편의 시다. 김 시인은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이래 시집으로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등을 냈다. 그의 시는 언어적 실험을 통해 여성의 존재 방식과 경험을 사유한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 [금요일의 서재]아마존, 구글…두 공룡의 시대

    [금요일의 서재]아마존, 구글…두 공룡의 시대

    21세기 최고 거상 아마존, 검색 엔진 최강자 구글. 두 공룡기업의 위상을 설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컨대 아마존이 미국 전자상거래 절반을 차지한다든가,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 80%를 차지한다는 그런 식의 통계 말이다. 누가 뭐래도 전 세계 온라인은 두 공룡이 지배하고 있다. 우린 두 공룡에 관해 배워야 한다. 어차피 그들과 협력하거나 대항하거나, 아니면 다른 형태 사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금요일의 서재’는 최근 나온 아마존과 구글 관련 책을 챙겨봤다. ‘아마존 이노베이션’(유엑스 리뷰), ‘구글 스토리’(인플루엔셜), ‘초연결’(다산북스), ‘아마존 VS 구글 미래전쟁’(시크릿하우스)다. ●아마존, 구글은 어떤 기업인가= ‘아마존 이노베이션’은 아마존이 유통 시장에서 최강자가 되기까지 어떤 전략을 쓰고 어떤 기술을 도입했는지, 미래를 대비하고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석한 책이다. 오랫동안 아마존을 분석한 기업분석 및 유통 전문가 2명이 썼다. 저자들은 전략적, 경제적, 기술적 관점에서 여러모로 아마존을 파헤친다. 아마존이 소매업 종말을 부르고 순수한 전자상거래를 끝냈는지 이유가 담겼다. 이에 따라 소매업자들이 적합한
  • 바다 위의 비극, 바다 위의 욕망

    바다 위의 비극, 바다 위의 욕망

    해상전문 변호사가 되짚는 해운참사 과태료 효력부터 정부 정책 실패까지 ‘세월호·한진해운 파산’ 분석·대안 제시 수년 내 독과점 따른 경제 타격 경고도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을 비롯해 모두 35명이 탄 ‘허블레아니’ 유람선이 다른 유람선과 충돌한 뒤 침몰했다.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 시신을 수습하고 실종자를 찾아내려 안간힘을 쓴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간 ´대한민국 해운참사, 내일은 괜찮습니까?´는 허블레아니호 참사로 다시 생각난 우리의 해운참사를 되돌아본다. 해상전문 변호사인 저자가 2014년 세월호 사고와 2017년 한진해운 파산 두 가지 사태를 분석하고, 맹점을 짚은 뒤 대안을 제시한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저자는 세월호 참사 이유로 세 가지를 든다. 우선 선박소유자가 선박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지만, 이윤 추구를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다. 해양사고를 위한 비상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관리체계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법을 개정했지만, 저자는 여전히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개정한 선원법에는
  • [그 책속 이미지] 작업실의 호크니… 휴가지의 앤디 워홀

    [그 책속 이미지] 작업실의 호크니… 휴가지의 앤디 워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막 뽑아내 손에 들고 말리는 이 남자. 소파에 앉아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무심한 듯 딴 곳을 보는 그는 누굴까. 그림을 좋아하는 이라면, 눈썰미가 조금 있는 이라면 맞출 수도 있겠다. 정답은 데이비드 호크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9030만 달러(약 1019억원)에 낙찰돼 ‘가장 비싼 그림´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예술가의 초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의 작가 호크니의 45세 때(1982) 사진이다. 신간 ´언프레임드 아티스트´는 20세기 전설적인 예술가 69명의 미공개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마르셀 뒤샹, 잭슨 폴록, 르코르뷔지에, 앤디 워홀, 오노 요코, 앤설 애덤스 등 화가, 조각가, 건축가,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보관 중인 수십만장의 사진 가운데 120장을 골랐다. 명랑하게 작업하는 사진, 가족과 함께한 기념사진, 여가를 즐기는 사진들은 비범한 예술가의 평범한 면모를 보여 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효율적 사업’이었던 한국인 해외 입양

    ‘효율적 사업’이었던 한국인 해외 입양

    해외에 입양된 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적잖다. 출생에 얽힌 비밀만큼 극적인 설정을 찾기 힘든 까닭이다. 반면 해외 입양인들의 회고록이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입양인을 소재로 하는 픽션에는 흥미를 갖지만 실제 입양인들의 애환을 외면하는 건 어쩌면 해외 입양에 숨겨진 부끄러운 역사를 들추기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해외 입양은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는 않다. 한국의 경우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70여년간 약 20만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됐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숫자다. 특히 한국 아동의 대부분은 미국인이 입양했다. 보스턴칼리지 역사학과 부교수로서 미국 역사 속 이민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저자는 한국의 해외 입양이 한미의 특수한 역학 관계에 따른 ‘전쟁의 유산’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전쟁 중 미군 병사와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동은 ‘일민주의’(一民主義)를 국가 정책으로 내세운 당시 이승만 정부로선 배척해야 하는 이방인이었다. ‘튀기’, ‘사생아’라는 딱지 때문에 온갖 차별을 겪은 한국 혼혈 아동을 강력하게 원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에서 초강대국으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우리는 왜 끝없이 꿈꾸는가, 시간여행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우리는 왜 끝없이 꿈꾸는가, 시간여행

    100년 전 소설 속 ‘시간여행’란 단어 등장 인류의 꿈, 철학·문학과 함께 발전해 와 이미 현대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 행사 사람들은 시간여행을 사랑한다. 영국의 인기 드라마 ‘닥터 후’의 닥터는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해 시공간을 넘나든다. 닥터와 동행자들은 먼 미래로 가서 지구의 최후를 지켜보고,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 능청스레 인사를 나눈다. 영화관에는 늘 시간여행 이야기가 걸려 있다. 과거로 돌아가 가족과 연인을 위기로부터 구하는 주인공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그런데 이 시간여행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개념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문화 속에 녹아 있을까? 어쩌면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간여행을 꿈꿔 왔던 것일까? 책은 ‘시간여행’이라는 아이디어의 역사를 추적한다. H G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으로 처음 대중에 알려진 이후 SF 펄프 픽션(저렴한 단편소설), 영화, TV 드라마와 같은 문화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은 이제 대중문화에서 결코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시간여행은 꽤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다. 100년 전 웰스의 소설에서 ‘시간여행’이라는 단어가 파생되기 전까지, 인류는 시간을 넘
  • [책꽂이]

    [책꽂이]

    식물 예찬(예른 비움달 지음, 정훈직·서효령 옮김, 더난출판 펴냄) 주어진 시간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며 자연과 유리된 인간. 책은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집과 사무실로 다시 가져오기 위해 저자가 30년 넘게 연구하고 실천해 온 결과물이다. 그는 식물이 실내 공기 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물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279쪽. 1만 6000원. 밤이 제아무리 길어도(에이미 몰로이 지음, 조경실 옮김, 엘컴퍼니 펴냄) 서아프리카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몰리 멜칭과 그녀가 세운 단체 ‘토스탄’의 이야기. 40여년간 세네갈과 주변 서아프리카에서 교육, 보건 및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한 사회운동가이자 여성 할례와 조혼 철폐를 이끌어낸 장본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400쪽. 1만 8000원.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안정효 지음, 민음사 펴냄) 번역과 영화 비평, 잡문과 수필을 넘나드는 ‘전방위 글쟁이’가 알려주는 자서전 집필의 모든 것. 저자는 스스로의 인생을 글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가짐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 구상부터 착수, 마무리와 실패 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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