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우리는 왜 끝없이 꿈꾸는가, 시간여행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우리는 왜 끝없이 꿈꾸는가, 시간여행

입력 2019-06-07 00:40
수정 2019-06-07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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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제임스 글릭 지음/노승영 옮김/동아시아/383쪽/2만원

100년 전 소설 속 ‘시간여행’란 단어 등장
인류의 꿈, 철학·문학과 함께 발전해 와
이미 현대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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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시간여행을 사랑한다. 영국의 인기 드라마 ‘닥터 후’의 닥터는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해 시공간을 넘나든다. 닥터와 동행자들은 먼 미래로 가서 지구의 최후를 지켜보고,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 능청스레 인사를 나눈다. 영화관에는 늘 시간여행 이야기가 걸려 있다. 과거로 돌아가 가족과 연인을 위기로부터 구하는 주인공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그런데 이 시간여행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개념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문화 속에 녹아 있을까? 어쩌면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간여행을 꿈꿔 왔던 것일까?

책은 ‘시간여행’이라는 아이디어의 역사를 추적한다. H G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으로 처음 대중에 알려진 이후 SF 펄프 픽션(저렴한 단편소설), 영화, TV 드라마와 같은 문화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은 이제 대중문화에서 결코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시간여행은 꽤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다. 100년 전 웰스의 소설에서 ‘시간여행’이라는 단어가 파생되기 전까지, 인류는 시간을 넘어 미래로 혹은 과거로 여행한다는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탐구해 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인류의 시간에 대한 인식이 과학적 발견과 더불어 철학, 문학과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왔음을 조망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다가, 민코프스키와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비로소 연속된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철도가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표준시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통신의 발달로 떨어진 여러 지역이 동시성을 갖게 되면서 표준적인 시간을 도입할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비로소 사람들은 인간이 시간의 역동적인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인들에게는 미래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던 반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능숙하게 그린다. 수백년, 수천년 뒤 미래에 도달할 것을 상정하고 만든 ‘타임캡슐’은 일종의 느린 타임머신이다. 매 순간의 가능성만큼이나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다세계 해석은 어디엔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인간을 상상하게 한다.

시간여행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해도 시간여행은 이미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 속에서 우리는 직선형의 시간선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재미와 가치, 다른 감각을 찾아낸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시간여행이라는 이 허황된 아이디어를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2019-06-07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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