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했던 마스터스, 무슨 일이
예년 4월 개최 때와 달리 그린 축축해대회 직전 폭우·부드러운 버뮤다 잔디
퍼트 더 쉽게 하며 기록 제조에 도움
존슨, 대회 역대 최소 타수로 첫 우승
더스틴 존슨(왼쪽)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에서 역대 최저 우승 타수인 20언더파로 우승한 뒤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 타이거 우즈가 입혀 주는 ‘그린 재킷’을 몸에 걸치고 있다.
오거스타 UPI 연합뉴스
오거스타 UPI 연합뉴스
존슨이 16일(한국시간) ‘디펜딩 챔피언’ 우즈로부터 ‘그린 재킷’을 넘겨받았다. 최종일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인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상금 207만 달러(약 23억원)의 주인이 됐다. 마치 지난해 준우승 분풀이라도 하듯 타수를 줄였다.
공동 2위에 오른 임성재의 타수도 15언더파다. 지난해 우즈의 우승 타수인 13언더파를 뛰어넘은 것이고 2018년 챔피언 패트릭 리드(미국)와 같은 타수다. 역대 최다 우승 타수인 1오버파(2007년 잭 존슨·1954년 샘 스니드)보다는 무려 16타나 적었다.
4월의 오거스타와는 매우 다를 것이란 전망은 대회 전부터 나왔다. 오거스타는 4월에는 따뜻하고 건조한 동남풍 탓에 페어웨이와 그린이 바싹 마르지만 11월에는 계절적인 변화로 페어웨이와 그린 모두 축축하고 부드러울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물러진 페어웨이가 비장타자에겐 절대 불리하다는 ‘설’도 제기됐지만 전체적으로는 공을 잘 받아 주는 코스 컨디션이 타수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던 터였다.
1언더파 38위로 대회를 마친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1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예상을 거들었다. 그는 “매년 4월에 익숙했던 오거스타가 이렇게 다를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대회 직전 흠뻑 오거스타를 적신 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곳곳에 남아 있는 버뮤다 잔디가 타수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오거스타 골프클럽은 대회를 앞두고 기존에 심어 놓은 버뮤다 품종을 걷어 내고 라이 품종을 식재했는데 상대적으로 버뮤다는 부드럽기도 하지만 공을 잘 받아 주는 건 물론 그린에서 공의 스피드를 줄이는 특성이 있다. 퍼트가 쉽다는 얘기다.
‘괴력 장타왕’ 디섐보, 공동 34위 부진
US오픈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섐보가 10번홀에서 그린 맵을 보며 퍼트를 궁리하고 있는 모습.
오거스타 게티/AFP 연합뉴스
오거스타 게티/AFP 연합뉴스
‘작년 챔프’ 우즈, 12번홀 7오버파 굴욕
타이거 우즈가 16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 7번홀에서 짧은 거리의 칩샷이 홀을 비껴가자 두 손을 머리에 얹은 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거스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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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11-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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