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 ‘황금세대’의 맏언니 강수연(42)이 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작별했다.
강수연은 이날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마치고 은퇴식을 치렀다.
마지막 18번홀에서 파퍼트를 넣고선 그린을 벗어날 때는 환한 미소를 짓던 강수연은 캐디를 맡아준 남동생에게 볼을 건네주더니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강수연은 “울지 않을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며 씩 웃었다.
국가대표를 거쳐 1997년 KLPGA투어에 화려하게 데뷔한 강수연은 한차례 상금왕(2001년)과 평균타수 1위 3연패(2000∼2001년)를 차지하는 등 KLPGA투어 최고 선수로 군림했다.
아마추어 시절 1승을 포함해 8승을 올린 강수연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 1승을 거뒀고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도 3차례 우승했다.
다음 주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은퇴 경기를 한 뒤에 더는 프로 대회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강수연은 경기도 화성시 리베라 컨트리클럽에 아카데미를 차려 교습가로 제2의 인생을 연다.
강수연은 “이렇게 오래도록 선수로 뛰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서른살 쯤 은퇴해서 결혼하고 평범한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이제 골프와 결혼한 꼴이 됐다”면서 “(은퇴하면) 시원할 줄만 알았는데 30년 골프 인생이 지나가면서 눈물이 막 나더라.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한 강수연은 “한국에서는 초대 대회부터 3연패를 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가장 뇌리에 남는다”면서 “부상과 슬럼프 등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하나도 지우고 싶지 않다. 행복한 기억만 있다면 내 골프 인생이 이렇게 풍요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이만한 직업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어에 뛸 때가 가장 빛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한 강수연은 “나보다 더 오래 현역에서 뛰는 선수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습가로 포부를 묻자 강수연은 “일본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투어를 뛰면서 많은 걸 배웠다. 겸손하고 배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성을 갖추는 선수를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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