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 도전 끝에… 박인비 KLPGA 첫 승

20번 도전 끝에… 박인비 KLPGA 첫 승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8-05-20 22:24
수정 2018-05-2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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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매치플레이 김아림에 ‘진땀’…한·미·일·유럽투어 모두 정복

박인비(30)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침묵의 살인자’란 별명에 걸맞다. 그럼에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바람을 곧잘 털어놓았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듯도 하다. 지난해까지 19번 도전해 준우승만 여섯 차례 기록했다. 골든 그랜드슬램뿐 아니라 세계랭킹 1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9승이라는 커리어를 감안하면 뜻밖의 징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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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는 할아버지 농장서 쓸게요
굴삭기는 할아버지 농장서 쓸게요 20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부상으로 받은 미니 굴삭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춘천 연합뉴스
그런 박인비가 20번 도전 끝에 뜻을 이뤘다. 한·미·일·유럽 투어 챔피언 트로피를 모두 거머쥐었다. 20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결승 라운드에서 김아림(23)을 한 홀 차로 눌러 ‘매치 퀸’에 올랐다.

손쉽게 일군 8강, 4강전과 달리 결승전은 숨막히는 접전이었다. 김아림은 ‘컨시드 심리전’을 벌이며 끝까지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로 맞섰다. 박인비가 1번홀에서 김아림의 실수로 손쉽게 한 홀을 리드해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오전 4강전에서 ‘퍼팅 달인’ 이승현(27)을 꺾은 김아림도 만만찮았다. 5번홀에서 두 번째 샷으로 홀 5m에 떨군 뒤 첫 버디를 낚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박인비도 바로 6번홀에서 6m짜리 버디를 잡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10번홀에선 김아림의 정교한 아이언샷이 빛났다. 2m에 붙인 뒤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다시 동점을 이뤘다. 고덕호 SBS 해설위원은 “(박인비의 영어 이름을 빗대) 마치 여왕벌과 말벌의 싸움처럼 팽팽하다”고 말했다.

12번홀에서 김아림의 위기가 찾아왔다. 어프로치샷 실수로 7m짜리 파 퍼팅을 남겼지만 기어이 홀컵에 떨어뜨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박인비도 13번홀에서 왜 ‘퍼팅 퀸’인지를 뽐냈다. 두 번째 샷으로 홀 4m에 붙여 버디를 낚아 다시 한 홀 앞서 나갔다.

15번홀에서는 김아림이 파 세이브를 하지 못해 두 홀 차로 벌어졌다. 박인비도 16번홀에서 3m 파 퍼팅을 놓쳐 다시 한 홀 차로 좁혀졌다. 그러나 박인비는 18번홀에서 1.2m 파 퍼팅을 집어넣어 길었던 승부를 매조졌다.

박인비는 “역시 우승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우승을 생각하니까 긴장하기 시작했고 16번홀에서 첫 보기를 범했다. 부상으로 받은 미니 굴삭기는 할아버지 농장에서 사용하겠다”고 웃었다. 또 “내 이력에 KLPGA 투어 대회 우승을 꼭 넣고 싶었다”며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되는 것 같아 올해는 꼭 우승하려 했다. 잡힐 듯 잡힐 듯하던 우승이 이렇게 매치 플레이에서 이뤄져 믿기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3·4위전에서는 최은우(23)가 8~12번홀 5연속 버디에 힘입어 이승현을 5홀 차로 이겼다.

한편 배희경(26)은 아이치현 주쿄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주쿄TV·브리지스톤 레이디스에서 일본 진출 3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8-05-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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