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운 이미향, 악재를 행운으로 바꿨다

마음 비운 이미향, 악재를 행운으로 바꿨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7-07-31 22:44
수정 2017-07-3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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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역전우승 뒷얘기

‘전화위복’. 이미향(24)이 3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을 줄인 표현이다. 올 시즌 첫 승이자 2년 8개월 만에 LPGA 통산 2승을 거두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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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든 이미향
트로피 든 이미향 이미향이 31일 스코틀랜드 던도널드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에서 막판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한 뒤 통산 두 번째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
노스 에어셔 AP 연합뉴스
지난주 초 이미향은 대회에 나가기 위해 미리 영국으로 떠나려 했지만 현지 기상 상태 때문에 보스턴에서 하루를 묵었다. 뜻밖의 관광으로 시간을 흘린 이미향은 지난 25일에야 영국에 닿았다. 그런데 이번엔 골프백이 함께 도착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항공사에선 골프백 행방에 ‘모르쇠’였다. 이미향은 골프채를 빌려 겨우 연습라운드를 돌면서 찜찜하기만 했다. 골프백은 결국 개막 하루 전에야 주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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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된 나홀로 여행
전화위복 된 나홀로 여행 이미향이 지난 24일 연착된 비행기 때문에 미국을 떠나지 못하게 되자 관광을 하기 위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의 하버드대에 들러 캠퍼스 내 하버드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향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비행기 지연 덕분에(?) 첫 나홀로 여행. 이제 좀 제발 스코틀랜드 가자”고 적었다.
이미향 SNS 캡처
준비 부족으로 이미향은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시작했다. 오는 3일 개막하는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너무 짧게 형성됐던 퍼팅을 좀더 길게 교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자는 심산이었다. 대회 초반 성적도 좋지 않았다. 1~2라운드 합계 6오버파부터 컷 탈락인데 4오버파로 아슬아슬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3라운드였다. 공동 39위에 머물던 터에 샷 감각이 살아나며 4언더파로 선두에게 6타 뒤진 공동 6위에 올라섰다. 4라운드에선 6타를 줄이는 괴력을 뿜었다. 백전노장 캐리 웹(43·호주)도 이미향의 기세를 막지 못하며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이미향은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참가한 것만도 다행인데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미향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21개 대회 가운데 11승을 쓸어 담았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대니엘 강(미국), 텍사스 슛아웃 우승컵을 가져간 노무라 하루(일본) 등 한국계 선수들을 빼고도 압도적 성적이다. 올해 아직도 13개 대회를 남겼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 국적 선수들의 최다승 기록(2015년 15승)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8-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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