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김가영 vs ‘흙수저’ 김세연, 마침내 1억짜리 결승 테이블에서 격돌

‘금수저’ 김가영 vs ‘흙수저’ 김세연, 마침내 1억짜리 결승 테이블에서 격돌

최병규 기자
입력 2021-03-05 22:37
수정 2021-03-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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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챔프전 4강서 나란히 박지현-김은빈 잡고 결승행

김가영(38)과 김세연(26)이 마침내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2020~21시즌 최종전 결승 테이블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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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날카로은 시선으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김세연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날카로은 시선으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경력으로 보나 지금까지의 성취도에서 보나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결이다. 띠동갑인 나이에서도 갑과 을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있다면 각자가 발을 디뎠던 토양이다. 김가영은 LPBA 투어에 뛰어들기 전 포켓볼이 주무대였다. 김세연은 처음 큐를 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뼛속까지 쓰리쿠션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큐를 잡아 1996년 프로에 데뷔한 김가영은 ‘꽃길’을 걸어온 한국 여자 포켓볼의 1인자다. 2009년과 2011년에 미국 여자프로 랭킹(WPBA)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대표팀에도 이름을 남겼다.

데뷔 이듬해 세계당구선수권 출전으로 첫 태극마크를 단 데 이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잇달아 참가해 포켓 8볼에서 은메달 1개씩을 따낸 은메달 2관왕 출신이다. 2009년 동아시안게임 포켓 9볼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번듯이 한국체대에서 정규 학업을 마치고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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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날카로은 시선으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김세연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날카로은 시선으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김세연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고교 졸업 후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객들 어깨 너머로 3쿠션을 배웠다. 19살 때의 일이다. 한동안 잊었던 체육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2년 간 당구를 끊었다. 하지만 번번히 정시에 실패하다 2016년 늦은 나이에 수시로 지방 전문대에 진학했다.하지만 한 학기를 마친 뒤 학업을 때려 치우고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이 되서야 대한당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한 그는 2019년 서울당구연맹 그랑프리 대회에서 당시 국내 아마추어 최강 스롱 피아비(캄보디아)를 제압하고 우승, 이름 석 자를 알렸다.

둘은 LPBA 투어에서 나란히 우승 경험을 했다. 김가영은 LPBA 투어 첫 시즌 6차 대회에서 우승했다.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전향한 지 불과 7개월 만이었다. 이후 두 번째 승전보는 날리지 못했지만 포켓볼에서 전향한 뒤 지금까지의 성취도를 감안하면 “역시당구여제답다”라는 소리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김가영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김가영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원년 개막전 첫 결승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그쳤던 김세연은 두 번째 시즌인 지난해 9월 2차 대회인 TS샴푸 챔피언십에서 그 동안의 설움을 날리는 감격의 우승을 했다. 더욱이 결승 상대가 자신의 프로행을 응원해준 임정숙이어서 감격은 배가 됐다.

김세연은 당시에도 “언젠가 가영 언니랑 결승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서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4일 4강을 확정한 뒤에도 그는 다시 김가영과의 맞대결을 희망했고, 5일 나란히 결승에 오르면서 마침내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결이 성사됐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놓고 벌이는 띠동갑의 걸죽한 한 판 승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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