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의 마지막, 이렇게는 싫어요”

“마린보이의 마지막, 이렇게는 싫어요”

한재희 기자
입력 2016-08-10 22:48
수정 2016-08-1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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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의지 보인 박태환

9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100m 남자 자유형 예선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박태환(27)의 오른쪽 볼에는 커다란 뾰루지가 있었다.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박태환은 먼저 나서서 “지난 7일 자유형 200m가 끝나고 몸을 씻던 도중 발견했다. 신경을 많이 쓰거나 안 좋은 생각을 하면 얼굴에 뭐가 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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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박태환
도핑 파문으로 징계를 받고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다툼 끝에 겨우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 내내 골치가 아팠다. 주 종목인 400m와 200m 예선에서 부진한 데 이어 이날 100m 예선에서도 49초24의 기록으로 59명의 참가선수 중 공동 32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1500m 경기가 남았지만 이 종목은 거의 연습을 안 해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1500m 출전을 포기하게 된다면 100m가 이번 올림픽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박태환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 23분간이나 말을 쏟아냈다.

박태환은 “사실 리우올림픽에 오기까지가 제 인생에서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며 “그래도 좋은 결과를 상상하면서 이겨냈는데, (부진으로 인해) 성적에 대해 얘기드릴 만한 일들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성격이 아닌데 이번에는 경기할 때 생각을 되게 많이 한 것 같다”며 “레이스에 대한 생각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생각, 잘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 등 별의별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 리우에 와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아쉬워요’, ‘죄송합니다’ 같은 것들”이라며 “하필 내 꿈이자 마지막 20대 올림픽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해야 하는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박태환의 수영인생은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 그는 벌써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도쿄올림픽을 도전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는 지금보단 더 준비를 잘해서 뛰면 좋겠다”며 “이번 경기로 수영에 대한 갈증이 더 많이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런 결과로 제가 선수를 끝내길 원하지들 않으실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인터뷰 말미에 보도용 사진을 찍겠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뾰루지를 만지며 “뭐가 예뻐서 사진을 찍어요”라고 답한 박태환. 그래도 “숙제를 잘 풀어 보겠다”고 힘주어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한때 ‘국민 남동생’으로 불렸던 박태환은 앞으로 다시 국민들의 예쁨을 받게 될 수 있을까. 어려운 숙제가 눈앞에 놓였다.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6-08-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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