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 하수구에 무심코 버린 약이 수돗물로 다시 돌아온다

[달콤한 사이언스] 하수구에 무심코 버린 약이 수돗물로 다시 돌아온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7-20 13:31
수정 2021-05-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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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전역에 뇌전증 치료제 물질 존재...대부분 생활하수에서 유래
화학물질 미량 존재하더라도 지속적인 수질 관리 필요

낙동강 이미지
낙동강 이미지 K-Water 제공
집 안 정리를 하다보면 병원에서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한 약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남은 약들을 무심코 개수대, 하수구에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물이나 토양으로 약물이 스며들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원칙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먹다 남은 약은 약국에 반납해 폐기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렇게 버려진 약이 강으로 흘러들어 수돗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부산 수질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뇌전증 치료약인 가바펜틴이라는 의약품이 먹는 물 원수에 존재하고 염소로 수처리하는 과정에서 독성을 지닌 부산물로 변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및 수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에 실렸다.

가바펜틴은 뇌전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데 국내외 하수나 상수원에서 빈번하게 검출되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낙동강 유역 하수처리장과 강물, 먹는 물 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미량의 오염물질을 모니터링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낙동강 유역 하수 유출수와 낙동강 물에서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됐고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정수장 원수에서도 발견했다. 동시에 정수장에서 염소 수처리 과정에서 가바펜틴이 다른 물질로 변환되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가 가바펜틴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것을 연구팀은 처음 확인했다.

또 가바펜틴의 분자가 염소와 빠르게 반응해 다른 물질로 변환된다는 것을 실험실에서 확인했고 가바펜틴-니트릴 부산물이 정수장 물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가바펜틴-니트릴 부산물이 정수장의 후속공정에서 대부분 제거돼 무해한 수준으로 농도가 낮아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윤호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는 의약품과 인공합성화합물이 수처리공정에서 변환돼 먹는 물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라며 “미량으로 존재하는 오염물질이라도 물 속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변환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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