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카인 폭풍? 골든타임 놓쳐?… 건강한 소년 사망 미스터리

사이토카인 폭풍? 골든타임 놓쳐?… 건강한 소년 사망 미스터리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3-19 22:46
수정 2020-03-2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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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17세 ‘코로나 음성’에도 의문 여전

발열 후 2~3일 만에 인공심폐장치까지
일각선 “면역 체계가 장기 공격 가능성”

영남대병원 진단검사 신뢰도 도마에
병원장 “오염·검사 오류 없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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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숨진 17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폐렴이 고령 환자에게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병이 없는 10대가 2~3일 만에 급격히 악화한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19일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고등학생 A군에 대해 최종적으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내렸다. A군의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신부전, 호흡부전 등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은 어린 나이에는 드물지만 보통 폐렴 환자에게는 흔한 일”이라며 “폐렴균이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장기에 들어가 장기부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일부에선 병원체가 침투했을 때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작용해 감염 세포를 공격하다 살려야 할 장기까지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났는지 여부는 부검을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A군을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A군이 죽음을 맞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군은 지난 10일 증상이 처음 나타나 12일 집 근처에 있는 경북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해열제와 항생제만 처방했다. 13일 엑스레이 검사에선 폐렴 증세가 확인됐으나 수액·해열제 치료를 하고 귀가했을 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날 오후 열이 다시 오르고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 A군은 결국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혈액투석과 에크모(인공 심폐장치)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A군의 아버지는 “열이 41도가 넘었고 폐 염증으로 위독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집으로 돌려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병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과 직접 관련이 없어 살펴보지 않았다”며 “별도로 조사하거나 상세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이 숨지기 직전 영남대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한 소변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온 이유가 실험실 오염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그동안 수행했던 진단검사의 신뢰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는 검사 신뢰도 확인을 위해 대조군 검사를 함께 시행한다. 방역당국이 검사 원자료를 다시 확인한 결과 환자의 검체가 들어 있지 않은 대조군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반면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검사 결과로 미뤄 오염이나 기술 오류가 있다고 보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검사 오류를 계기로 현재 이용 중인 진단키트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권 부본부장은 “진단 제제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2020-03-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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