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유통·판매 중단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유통·판매 중단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9-03-31 22:28
수정 2019-04-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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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분에 허가 받은 것과 다른 세포 쓰여

코오롱생명과학 사실 확인 후 자진 신고
3403건 투여…식약처 조사 뒤 사용 결정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주성분에 허가받은 것과 다른 성분이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이 만든 해당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중단시켰다. 다른 세포가 쓰이기는 했지만 안전성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지금까지 관절염 환자들에게 3403건 투여된 이 약은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했다. 개발 당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세 자녀를 둔 나에게 인보사는 넷째 아들과 같다”고 격려했던 인보사의 품질에 문제가 드러나며 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인보사에는 사람의 동종 유래 연골세포(1액)와 이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는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이 들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2액이다. 한국에서 허가받은 대로라면 2액에는 연골세포와 세포조직의 증식을 촉진하는 ‘TGF-β1’ 유전자가 들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2액에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에 이 사실을 자진신고했다.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가 미국에서 사용된 세포와 동일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에 대한 검사 결과는 오는 15일쯤 나올 예정이다. 현재 미국 임상 3상은 중단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연골세포에 ‘TGF-β1’을 넣으려면 우선 신장세포 안에서 이 유전자를 증식시킨다”면서 “유전자가 신장세포 안에서 다 자라나면 신장세포를 깨서 TGF-β1만 걸러내는데, 정제 과정에서 신장세포가 따라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가된 의약품과 다른 성분이 혼입됐다는 점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인도 하락이 예상된다. 중국, 일본, 호주, 몽골, 마카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지를 대상으로 준비하던 수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게 됐다.

다만 신장세포가 들었지만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사례도 없었다. 식약처는 “현재 시행 중인 이상 사례 수집, 유효성 평가수집 등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를 전체 환자로 확대하는 등 건강영향 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한 뒤 이 의약품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9-04-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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