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흡연’ 규제 필요?…“청소년 모방흡연 위험 7배”

‘영화속 흡연’ 규제 필요?…“청소년 모방흡연 위험 7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1-29 10:06
수정 2018-11-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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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955명 분석결과…“영화 시작 전 금연광고 의무화해야”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0% 정도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이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가격정책’과 더불어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고 금연광고를 강화하는 등의 ‘비가격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흡연폐해 직접 묘사
흡연폐해 직접 묘사 금연 광고 포스터
전문가들은 그런 이유 중 하나로 여전히 흡연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꼽는다. 특히 흡연인구로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흡연이 멋지고 어른스러우며, 긍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면 청소년들이 쉽게 모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영화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에는 흡연장면에 대한 규제가 없다. TV 방송에서 흡연장면이 엄격히 규제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현실이다. 더욱이 2000년 이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영화에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흡연장면이 37% 정도 더 자주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와 있어 청소년들이 흡연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영화 속 흡연장면이 청소년의 ‘모방 흡연’ 위험을 최대 7배 가까이 높인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 정민수 교수팀은 2015년 11월∼2016년 10월 전국 대표성을 가진 고등학생과 대학생 955명(남 604명, 여 351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흥행영화 세 편(도둑들, 투사부일체, 살인의 추억)의 흡연장면을 시청하게 한 뒤 흡연 욕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 11월호에 발표됐다.

이번 분석에서 영화 속 흡연장면에 노출됐을 때 흡연 욕구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집단은 흡연경험이 없는 고교생이면서 부모 중 누구라도 흡연을 하는 가정의 청소년이었다.

연구팀은 흡연경험이 없는 청소년이 영화 속 흡연장면을 봤을 때 흡연 욕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흡연경험이 있는 청소년들보다 6.9배 더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또 부모 중 누구라도 담배를 피우는 가정의 청소년이 영화 속 흡연장면에 노출됐을 때 흡연 욕구가 증가할 가능성은 부모 모두가 비흡연자인 경우에 견줘 1.43배 더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정민수 교수는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담배를 배우고 흡연자가 된다면 이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은 특정한 맥락에서 흡연 욕구가 증가할 수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영화 속 흡연장면과의 강력한 인과관계를 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이에 따른 문제 해결책으로 청소년이 관람하는 영화에 흡연장면이 들어가는 게 바람직한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모방 흡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15세 관람가 영화 속 흡연장면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보건당국도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 광고시간에 금연광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영화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상상력은 키우되 흡연은 유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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