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춤 강요받던 간호사들 노조 만들다

선정적 춤 강요받던 간호사들 노조 만들다

입력 2017-12-03 21:50
수정 2017-12-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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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의 오픈채팅 도움

한림대 4개 성심병원 노동자들
온라인 모임 만들어 스스로 설립


병원이 속한 재단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 장기자랑을 강요하고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한림대의료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일송재단 산하 한림대 강남성심·동탄성심·한강성심·성심병원 등 4개 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1일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 대회의실에 모여 보건의료노조에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한림대의료원지부장으로는 채수인 조합원이 선출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노조가 있었던 춘천성심병원 등 5개 병원 노조 조합원은 1100여명이 됐다. 채수인 초대 지부장은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선정적 춤’은 한림대의료원에 쌓여 있는 갑질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라며 “갑질의 직장 문화 철폐, 임금 착취를 근절해 노동존중 병원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림대의료원은 체육대회 장기자랑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 복장을 입고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 등 성희롱 논란을 빚었다. 또 강남성심병원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시간외수당 등 직원 임금 240억원을 체불하기도 했다. 한림대 병원은 지난달 14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5일부터 한림대의료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만간 한림대의료원의 일송재단에 설립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설립 사실이 알려진 이후 부서장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는 정황이 파악되고 있다”며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다면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한림대의료원 노조 설립은 시민노동단체 직장갑질 119가 개설한 오픈채팅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불만이 표출된 결과다. 노무사와 변호사, 노동전문가 241명이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달 1일부터 직장 내 갑질 등을 제보받는 SNS 창구를 개설했고, 한림대의료원 소속 노동자만 500명이 넘게 모였다. 이후 병원 노동자들은 별도의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스스로 노조를 설립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12-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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