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참사 키운 ‘비 가림막’…연기 배출 못 하게 막아

세종병원 참사 키운 ‘비 가림막’…연기 배출 못 하게 막아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9 13:38
수정 2018-01-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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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세종병원 이사장 등 3명 피의자 전환, 현재까지 62명 조사

19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병원 측이 설치한 불법 가림막 시설이 사상자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오전 밀양경찰서 4층 대강당에서 브리핑을 하고 병원장 석모, 이사장 손모, 총무과장 김모(38) 씨 등 3명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 셋은 현재 모두 출국금지 상태다. 이 중 총무과장은 세종병원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된 인물이다.

경찰은 병원 측이 수 년간 불법 증·개축을 강행한 점이 화재가 확산한 경로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병원 측이 불법 설치한 ‘비 가림막’ 시설이 불이 난 세종병원 밖으로 연기가 배출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추가 사상자를 발생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치훈 수사본부 과학수사계장은 “가림막이 없었다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을 것인데, 가림막이 일종의 지붕 역할을 해서 연기가 병원으로 다시 유입되는 현상을 확인했다”며 “가림막이 통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김한수 경찰 수사부본부장은 “일단 (불법 건축물 등 부분에서) 최종 결정권자는 이사장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실제 지시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병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모든 일을 처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병원이 이행강제금만 내며 불법 증축을 수년간 거듭해온 데 대해 당시 밀양시 건축 허가 담당자 중 1명을 조사했고, 필요시 추가 조사를 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측은 “(밀양시청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3명 외 병원 관계자 2명, 간호사 4명, 소방관 5명, 부상자 등 현재까지 62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이 평소 화재 예방 등 업무에 제 역할을 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방관에 대해서는 화재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구조 당시에 대한 진술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송과정에서 소방당국의 재난응급 대응에 과실이 없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직 수사 못했다. 추가로 필요하다면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경찰 측은 “(참사와 관련한) 모든 관계자는 다 조사할 예정”이라며 “(화재 원인뿐만 아니라) 운용상 문제 등을 따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수사본부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앞서 확인한 불법 증축 건물 외에 세종병원 1층 응급실 좌측 휴게공간, 4층 베란다도 각각 증·개축된 사실을 추가 확인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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