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공식화… 도발 시기·변수는
현송월·김여정도 참석
지난 4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으로 진입한 현송월(왼쪽 동그라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2016년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오른쪽 동그라미) 당 제1부부장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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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경 대응, 중러 무시 못해 리스크 부담
협상 문 안 닫고 특정 시기 무력시위 관측
軍 창건일에 신형무기 위력 과시 전망도
美, 北 ICBM 요격 가상 영상 공개 ‘경고’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너뛰고 내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앞둔 마지막 수순인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면서 북미 협상 중단과 국방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길’을 공식화한 뒤 이어질 중대도발의 수위와 시기, 변수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1일 회의가 지난 28일 진행됐다고 보도하며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하기 위한 투쟁노선과 방략이 제시되게 될 전원회의’라고 언급한 것은,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문제가 ‘새로운 길’의 주요 내용으로 논의됐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일과 13일 ICBM 엔진 시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면서 ‘전략적 지위 변화’,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북한이 곧바로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인 핵·ICBM 실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묵과할 수 없기에 북한으로선 리스크가 너무 크다.
북한이 ‘전략적 지위 강화’, ‘국방 건설’의 성과를 보이면서도, 국제사회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무력시위’를 연초에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 국방 당국자들이 이달 초만 하더라도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을 두려워했으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단거리 미사일 또는 엔진 시험, 해군 훈련 또는 ‘맹렬한 연설’ 등 보다 제한된 것들에 대해 점점 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섣불리 레드라인을 건드려서 위기를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지위’를 굳혀 나간다는 차원에서 ICBM 엔진 시험 등의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전원회의와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한동안 정세를 살펴보다 특정 계기에 무력시위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기로는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 등이 거론된다.
WSJ는 일부 한국 당국자들이 2월 16일(광명성절)까지는 북한의 주요 무기 시험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했다. WSJ는 한국 측 판단에 대해 보고를 받은 한 인사가 “북한은 그(내년 2월 16일) 무렵까지 미국 협상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기다릴 것”이라며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장거리 미사일 또는 잠수함 기반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생일보다는 국방력을 과시할 명분이 있는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에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건군절과 같은 날에 대규모 퍼레이드를 하면서 올해 13차례 시험발사했던 신형 무기를 등장시킬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은 ICBM 발사를 가정한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북한에 재차 경고를 보냈다.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미 공군부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평양 북쪽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지상 요격미사일로 대응하는 1분짜리 영상을 게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12-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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