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재일교포 “살아생전 내 손으로 대통령 뽑다니…”

76세 재일교포 “살아생전 내 손으로 대통령 뽑다니…”

입력 2012-12-06 00:00
수정 2012-12-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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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재외국민 대선투표 110개국에서 10일까지 실시

오는 1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앞서 사상 첫 재외국민 대선 투표가 5일(현지시간) 전 세계 공관 등에서 시작됐다. 이번 투표는 110개국 현지 대사관·총영사관 등에 설치된 투표소 164곳에서 10일까지 실시된다. 투표는 시차에 따라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국대사관 분관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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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고국의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재일교포 2세 박경갑(왼쪽)씨가 5일 오전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생애 처음으로 고국의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재일교포 2세 박경갑(왼쪽)씨가 5일 오전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오전 8시 투표가 시작되자 교민 전채진(22)씨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 전 세계 재외국민 중 가장 먼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일본에서도 도쿄 한국대사관과 오사카 등 9개 지역 총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됐다. 10여명이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대사관 1층 로비 투표소 앞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순간을 기다렸다.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투표 열기가 더했다. 김태자(69)씨는 휠체어에 탄 노모 라복순(89)씨와 함께 투표장에 왔다. 김씨는 “어머님이 연로하셔서 몸이 불편하지만 교민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사관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기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교포 2세 박경갑(76)씨는 “살아생전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며 “투표를 한다는 설렘에 어젯밤 잠도 설쳤다.”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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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투표 시작   대통령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가 5일 시작된 가운데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 대사관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간 조민정(34·무역회사 근무)씨가 목발을 짚은 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재외국민 투표 시작

대통령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가 5일 시작된 가운데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 대사관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간 조민정(34·무역회사 근무)씨가 목발을 짚은 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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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재외국민 가운데 가장 먼저 투표를 한 뉴질랜드 교민 전채진씨가 오클랜드 한국대사관 분관 투표소에서 투표에 앞서 여권과 투표용지를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 연합뉴스
전 세계 재외국민 가운데 가장 먼저 투표를 한 뉴질랜드 교민 전채진씨가 오클랜드 한국대사관 분관 투표소에서 투표에 앞서 여권과 투표용지를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지역 투표소인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에는 추위와 강풍에도 투표 시작 30여분 전부터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몰려들면서 선거 열기가 달아올랐다. 부인과 함께 가장 먼저 투표소에 도착한 원용주(55)씨는 “사업을 하면서 14년째 중국에 살다 보니 대선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주권을 포기하고 살았는데 이제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감개무량해했다. 주중대사관 최광순 선거관은 “지난 총선에 비춰 보면 마감 직전에 2000여명이 넘게 몰릴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며 “선거인 등록자 중 60%가량이 실제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워싱턴 지역 투표소가 마련된 버지니아주 비에나시 한·미과학협력센터 3층에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재외국민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첫날인 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북적이는 모습은 없었으며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남녀노소 유권자들이 차분하게 투표를 진행했다. 대사관 직원과 상사 주재원, 학생, 영주권자 교포 등 유권자들의 신분도 다양했다. 최영진 주미대사도 오후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던진 뒤 선관위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재외국민 선거는 지역별로 선거인 수에 따라 4~6일간 투표소가 운영된다. 투표에 앞서 재외 유권자 22만 2389명이 지난 7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선거인 등록을 끝냈다. 이는 전체 추정 선거권자 223만 3695명의 10%에 해당한다.

지난 4·11 총선 때 등록한 재외 유권자(12만 3571명)보다 80% 늘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인 가운데 재외국민 투표가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투표 마감 후 16일까지 투표함을 외교 행낭을 통해 국내로 보내 19일 오후 6시 이후 개표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2012-12-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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