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이어 김치·한복 논란까지… 혐한·혐중 속 ‘아슬아슬 공존’

한중, 사드 이어 김치·한복 논란까지… 혐한·혐중 속 ‘아슬아슬 공존’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2-08-21 20:46
수정 2022-08-2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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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교 이후 최악’ 양국 정서

한국인 24% “中 호감” 日보다 낮아
‘사드 보복’ 한한령이 반중 결정타
중국서도 사드 배치 후 ‘반한’ 고조
한국어학과 줄고 아세안 출신 선호
“중공” vs “남조선” 지칭하며 불신

“양국, 가드레일 설정해 악화 방지
코로나로 막힌 인적교류 재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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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에 있는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생가(위). 생가 현장에는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은 대형 표지석(아래)이 세워져 있어 한국인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윤동주 국적 논란은 한중 간 국민 정서가 강하게 충돌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그는 한국어로 시를 썼고 서울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다닌 ‘한국인’임이 명백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국적 부여 원칙에 근거해 ‘그가 태어나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 옌볜”이라며 그를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두 캡처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에 있는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생가(위). 생가 현장에는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은 대형 표지석(아래)이 세워져 있어 한국인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윤동주 국적 논란은 한중 간 국민 정서가 강하게 충돌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그는 한국어로 시를 썼고 서울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다닌 ‘한국인’임이 명백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국적 부여 원칙에 근거해 ‘그가 태어나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 옌볜”이라며 그를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두 캡처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이 흐른다.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 논란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도체·공급망 분리 움직임 등으로 갈등이 중첩돼 양국 간 정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21일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반도 주변 5개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23.9%)은 미국(59.0%)은 물론 북한(29.4%)·일본(29.0%)보다도 낮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지탄받는 러시아(23.3%)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 인식이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해마다 국제사회 신뢰도를 평가하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연구에서도 2017년 이후 주요국들의 부정적 평가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해 전 세계 19개국 2만 45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미국인은 전체의 82%, 한국인은 80%에 달했다. 독일과 캐나다에서도 응답자의 74%가 중국이 비호감이라고 밝혔다. 호주와 스웨덴 국민들 역시 각각 86%와 83%가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일본의 반중 여론도 87%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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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40년 만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치고 올라온 저력에 대한 견제, 대만·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협을 키우고 신장과 티베트, 홍콩 등에서 인권·민주주의를 탄압하는 현실에 따른 우려,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정서적 반감 등이 뒤섞인 결과다. 여기에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대국을 강하게 맞받아치며 비난하는 ‘늑대 외교’ 기조가 국제사회의 베이징 혐오에 불을 붙였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한국에서는 2016~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차단하고 케이팝 스타들의 공연을 금지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때부터 불거진 반중 정서는 동북공정과 6·25전쟁 해석 등 역사 문제, 한복과 김치, 단오절 등 문화 영역 등으로 퍼져 나갔다. 해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판정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끝을 모르고 증폭되고 있다. 특히 서구식 민주주의의 가치 위에서 자라난 한국의 1020세대는 신장 위구르족 강제 구금 논란과 티베트인들의 의문사, 홍콩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이 북한처럼 변해 간다’며 정서적 괴리만 느낄 뿐이다. 중국 문화와 중국 제품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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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한국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드 배치 이후 대학 내 한국어 관련 학과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베이징대 등도 외국인 유학생의 핵심이던 한국인을 대신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출신들을 더 선호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중 젊은 세대 사이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며 “중국을 ‘중공’(중국 공산당)이라고 부르고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감정이 나빠졌다. 인식 개선 없이는 한중 관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흐름은 미중 관계의 본질이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면서 한중 관계도 이에 대한 구조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부터 미중 양국이 노골적으로 전략적 경쟁자가 됐다. 한미 동맹을 외교와 안보, 경제, 정치의 근간으로 삼는 한국에서 중국은 대단히 불편한 존재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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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정부가 서로 넘지 말아야 할 ‘가드레일’을 설정해 더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고 감염병 확산으로 수년째 막힌 인적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 원장은 “양국 민간 영역에서 무조건 많이 만나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양국 관계에서 정치외교적 요소가 문화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2-08-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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