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만찬 연기한 대통령실 “2026년 의대증원 유예시 입시 혼란”

與 지도부 만찬 연기한 대통령실 “2026년 의대증원 유예시 입시 혼란”

고혜지 기자
입력 2024-08-28 17:28
수정 2024-08-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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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예정 만찬 추석 이후로 연기
韓 ‘의대 증원 유예’ 영향 미친 것으로 보여
대통령실 “입시생·학부모 수용 어려울것”
당정 갈등에 친윤 중심 불편 기류 감지돼
대통령실이 30일 예정했던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연휴 뒤로 연기했다. 대통령실은 만찬보다 민생 현안이 우선이란 이유를 들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를 제안하며 대통령실과 이견을 드러낸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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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여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찬이 연기된 것을 두고 의대 증원을 둘러싼 한 대표의 ‘다른 목소리’에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건의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2026학년도 정원은 지난 4월 대학별로 배정돼서 공표됐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그걸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4월에 결정했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유예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못 받아들이고 현장의 혼란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만찬 연기 결정은 한 대표 측과 사전 조율 없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따라 한 대표에 대한 대통령실의 패싱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만찬 취소에 대해 “모르겠다. 제가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도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 국가의 의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의대 증원 유예 의지를 재확인했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수석최고위원도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많은 국민이 의대 증원에 공감하고 있지만,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를 지지했다.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지는 조짐이 보이자, 당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편해하는 기류가 포착됐다. ‘윤·한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료 개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고 정부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당도 함께 할 생각”이라면서 대통령실의 편에 섰다. 이어 “(한 대표 측과) 구체적으로 사전에 심도 있게 상의한 적은 없었다. 한 대표가 의료단체,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을 정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이나 당내 의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한 총리에게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하고, 또 그 내용을 ‘언론 플레이’한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친윤계 한 의원은 “의료인력 증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왜 증원 유예 의견을 당 의원들과 상의 안하고 덜컥 (발표)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친윤 의원은 “(당정 갈등이) 걱정스럽다. 여당이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공유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갈등을 노출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한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의료 대란으로 국민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여당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대표가 적절하게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을 강조할 예정이다. 같은 날 열리는 국민의힘 워크숍에는 홍철호 정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해 응급실 상황과 의료개혁에 대해 의원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정이 국정 핵심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러한 당정 균열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대표가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고 한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도 한 대표의 제안을 백안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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