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만나니 엄청 편하고 좋아…속정 나눴다”

“따로 만나니 엄청 편하고 좋아…속정 나눴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8-25 16:00
수정 2018-08-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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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객실서 오붓한 개별상봉…남북 가족 한결 밝아진 표정

“(가족끼리) 따로 만나니까 엄청 편하고 좋았죠.”
북측 가족 기다리는 남측 가족
북측 가족 기다리는 남측 가족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 참석하는 남측 가족들이 호텔 객실 발코니에서 북측 가족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2018.8.25
뉴스통신취재단
이산가족 2차 상봉 둘째 날인 25일 남북의 가족들은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3시간 동안 오붓하게 개별상봉 시간을 가진 뒤 한결 흐뭇한 표정이었다.

북측 아버지 조덕용(88) 씨와 만난 남측 아들 조정기(67) 씨는 전날보다 밝아진 표정으로 “(개별상봉에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서 “어제는 어머니 한 풀어드려야겠다는 생각만 있었고 잘 실감도 안 났는데 오늘은 얘기하니까 좋다”고 했다.

정기 씨는 “아버지가 아주 건강하고 좋더라. 눈이 조금 안 보이시기는 하는데 그래도 괜찮더라”라며 “따로 만나니까 엄청 편하고 좋았다”고 웃었다. 이들은 이번 상봉행사의 유일한 부자(父子) 상봉이다.

북측 언니 박영희(85) 씨를 만난 남측 박유희(83) 씨는 “개별상봉 시간도 너무 짧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안부를 물어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객실에서 하니까 더 속정을 나눌 수 있었다. 언니와 고생했던 기억을 나눴다”고 했다.

북측 형 김인영(86) 씨를 보러온 남측 동생 목원구(83) 씨는 “참 좋았다. 69년 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더 욕심내면 안 되지. 이 정도 만난 것도 감사해”라며 애써 아쉬움을 지웠다.

북측 형의 이름은 원래 ‘목원희’였으나 북한에서 혈혈단신이 되다 보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남측 가족이 전했다.

북측 이모 박봉렬(85) 씨를 만난 남측 조카 최혁(46) 씨는 “(이모가) 속에 있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제주도에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라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개별상봉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북측 언니 김정옥(85) 씨와 시간을 보낸 남측 동생 정자(83) 씨는 “언니가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을 못 하더라. 그런데 (개별상봉에서는) 보는 사람도 없고 하니까 좀 기억을 더듬어 보고 얘기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막냇동생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금강산에 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북측 김정옥 씨는 매우 놀라며 그리워했다고 남측 가족이 전했다.

3시간의 개별상봉이 끝나고 북측 가족들이 객실을 나서자 남측 가족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문밖에 나와 배웅했다.

이제 이날 단체상봉과 다음 날 작별 상봉만 남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눈물을 흘리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북측 작은아버지 림홍수(80) 씨와 상봉한 남측 조카 학주(54) 씨는 “내일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울컥한다. 아쉬움이 크다. 빨리 통일돼서 왕래했으면 좋겠다”면서 서로 주소를 교환했다고 소개했다.

남측 가족 중 일부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거나 이날 오후 이어지는 단체상봉에 불참하기로 했다.

개별상봉 시간에 남북 가족이 함께 먹은 도시락은 북측이 준비했다. 메뉴는 닭고기냉찜과 왕새우 튀김, 임연수 구이, 돼지고기 채소볶음 등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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