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작전 주도 기무사 기밀문서 확인… 발포 명령자 밝혀지나

5·18 작전 주도 기무사 기밀문서 확인… 발포 명령자 밝혀지나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7-08-23 23:04
수정 2017-08-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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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조사… 진실 규명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조사를 지시하면서 현대사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 주목된다. 이번 지시는 광주민주화운동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기도 하나, 더 큰 의미에선 민주주의의 온전한 복원과 연계돼 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한 번씩 5·18 광주민주화운동 조사는 지금까지 세 차례 이뤄졌다. 이번이 네 번째 조사다.
당시 군 헬기
당시 군 헬기 5·18 당시 군 헬기가 전일빌딩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 “완전한 진상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정의의 문제”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꿔 가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별조사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의 출격 대기 명령 의혹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더라도 실제 처벌은 어렵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진상규명을 강조해 온 것은 정치적 기반을 둔 광주의 숙원을 해결하고 민주주의 이정표를 다시 세우는 동시에 ‘민주정부’의 정치적 뿌리를 굳건히 하려면 꼭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근 전 전 대통령 측이 “당시 계엄군은 시민군을 조준 사격한 일이 없다”며 진실 공방에 뛰어들고, 재판부가 ‘허위’로 결론 내린 ‘북한군 광주 투입설’이 버젓이 나돌자 폄훼와 왜곡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진상규명을 서두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은 광주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명예와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성격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는 정부’로 규정했다.
국방부의 특별조사는 대체로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당시 공군 전투기와 수송기, 육군의 헬기 이동과 관련된 문서 확보 및 확인이 최우선이다. 여기에는 당시 보안사(현 기무사) 존안 자료도 포함된다. 5·18 관련 작전을 사실상 기무사가 주도했기 때문에 남긴 작전서류 등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돼 왔다. 상당 부분 군사기밀로 분류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광주 인근에 헬기를 출동시킨 육군 1항공여단의 전투상보와 부대사는 1차적인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공군 비행단의 5·18 당시 작전 및 상황일지도 포함된다. 기무사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5·18 관련 자료 50여권 중 기밀로 분류된 10여권도 확인 대상이다.

군 측은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기밀해제 등의 절차를 밟아 문서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국방부 실·국장과 각 군 참모차장, 국방정보본부장 등이 참여하는 군사기밀보호심의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련 문서의 기밀해제 등을 의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관계자 증언 확보다. 이미 수십년 전 일이기 때문에 많은 증언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초 발포 명령자 확인, 독립적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옛 전남도청 원형보존 사업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당에서도 특위 등 기구를 만들어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군을 누가 움직였는지 또 누가 국민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렸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의 강효상 대변인은 “더 밝혀져야 할 의혹이 있다면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데 좌우, 보수·진보 누구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7-08-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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