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성노동자 돌아보는 영화·전시
다큐 ‘미싱…’, PKM 갤러리 홍영인 개인전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영화사 진진 제공
지난달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감독 이혁래·김정영)은 전태일 이후의 1970년대, 평화시장 청계피복노동조합에서 일한 여공들의 이야기다. 누적 관객수는 1만명도 채 안 되지만, 봉준호·박찬욱 감독이 최고의 영화로 꼽는 등 호평이 이어지며 조용한 흥행을 이어 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영화사 진진 제공
어느덧 중년이 훌쩍 넘은 이들이 다시 모여 옛 사진과 편지를 꺼내 보며 기억을 더듬고, 마지막에는 옛 일터를 찾아 40년 전 자신의 소녀 시절과 마주하는 내용은 큰 울림을 준다. 주류 노동운동사에선 ‘실패’로만 기록됐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하며 버틴 이들의 싸움에선 “전태일 이후 여성들이 있었다”는 뜨거운 메시지가 읽힌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영화사 진진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영화사 진진 제공
1972년생인 작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1970~80년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이 시기를 돌아보는 작품을 선보인다. 현재 영국 브리스틀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거리를 두고 한국을 바라보며 근대화 과정에서 묻혔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었다고 한다.
홍영인 개인전…재봉틀로 70년대 여공들 목소리 짜올려
홍영인 ‘우븐 앤드 에코드’(Woven and Echoed). PKM 갤러리 제공
펠트 조각보에는 뒤집히거나 파편화된 단어와 문장이 얽혀 있는데, 작가가 1970~80년대 섬유 공장 여공들의 말을 인용해 재구성했다. ‘두려우면서 놀라웠다’, ‘남의 고통이 내 것 같았다’, ‘세상이 곧 변할 것만 같았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주인공들이 언급한 그대로다.
홍영인 ‘우븐 앤드 에코드’(Woven and Echoed). PKM 갤러리 제공
홍영인 ‘컬러풀 워터폴 앤드 더 스타스’(A Colourful Waterfall and the Stars). PKM 갤러리 제공
시골에서 상경한 가난한 소녀들이 특별한 교육이나 자격 없이도 할 수 있는 일, 하루에 16시간씩 바치고도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이들의 일, 가장 하찮고 가벼운 일. 바로 그 바느질을 통해 수십년 전 여성들을 다시 기록한다는 데서 오는 의미가 무겁다.
홍영인 ‘기도 no.12’(Prayers no.12). PKM 갤러리 제공
홍영인 ‘기도’(Prayers) 시리즈. PKM 갤러리 제공
홍영인 ‘컬러풀 랜드’(Colourful Land). PKM 갤러리 제공
예술을 통해 거대한 물줄기에서 소외됐던 이들의 목소리를 다시금 조명하는 시도가 그네들의 청춘처럼 찬란히 빛난다. 오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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