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도로명 주소 사업의 의미를 길 이름에서 찾는 서울신문의 ‘길을 품은 우리 동네’ 기획이 마무리됐다. 전국에 새롭게 부여된 길 이름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보여 주기 위한 의도에서 마련된 기획이었다. 길이 문화예술, 역사, 철학, 전통과 어우러져 있고 누구나 다니는 소통의 공간임을 보여 줬다. 지난 14일 본사 편집국에서 이기철 정책뉴스부 부장의 사회로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세제관, 박헌주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김정태 인천시 토지정보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획을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가졌다.지난 14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열린 기획 연재기사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좌담회 참석자들이 “새로운 도로명 주소에는 우리의 삶과 전통, 문화와 예술이 압축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헌주 아주대 교수,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세제관, 김정태 인천시 토지정보과장.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박헌주 교수(이하 박 교수) 특히 3개 도로명이 인상적이었다. 부산 임시수도로와 광주 민주로, 전남 목포 영산로가 인상적이었데, 무엇보다 목포 영산로는 국도 1·2호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이번 기획이 각 지역의 향토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길 문화, 트레킹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과도 연결된다.
●김현기 세제관(이하 김 세제관) 경북 우륵로가 생각난다. 도로명이 개시되기 전에 자연스럽게 부르던 이름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주민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 부산 중구의 40계단길도 인상적이었다. 1950년대 피란민들의 상봉 장소였는데, 길 이름에서 서민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김정태 과장(이하 김 과장) 청주시 두꺼비로에 대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요즘 추세가 헌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하고 주민 정착을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두꺼비를 살리기 위해 조성한 생태공원 주변의 두꺼비로도 이러한 가치를 보여 줬다고 본다.
→길의 역사성, 문화성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서라도 도로명 주소사업이 잘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추진된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 세제관 국민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홈쇼핑 업체, 대량으로 주소를 사용하는 기관·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국민 생활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로명 주소 활용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돼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박 교수 1996년 이 사업을 처음 기안할 때 완벽하게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큰 방향만 정한 것이었다. 내무부 시절부터 행정자치부, 행정안전부 등을 거치며 공무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정착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큰 흐름을 바꿨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면’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다. 면은 폐쇄적이다. 내 울타리밖에 모른다. 도로명 주소 사업은 길을 통해 면이 아닌 ‘선’을 중심으로 삶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도로명 주소는 3간(間)의 소통을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이뤄지고 공간의 소통,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진다. 이 사업을 통해 결국 우리 후대가 편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30년만 지나면 정착될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 모르겠다고도 한다. 홍보는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김 세제관 기반은 어느 정도 조성됐다. 실제 국민 생활 깊숙이 도로명 주소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지자체와 함께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소상공인, 택배기사, 우체부 등 특별히 주소와 밀접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1대1 안내를 강화하는 것이다. 홈쇼핑 업체, 물류회사 등과의 간담회를 계속 추진하고 애로사항도 해결하며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 과장 인천은 새주소사업팀이 타 시·도의 홍보방식을 모두 참조해서 활용하고 있다. 도로명 주소를 생활화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있다.
→관련 교육도 중요하다. 어릴 때 받은 교육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박 교수 처음 도로명 주소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처는 당연히 내무부였다. 그 다음이 교육부였다. 당시 교육부가 협조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어려서부터 도로명 주소를 배우면 따로 홍보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실제 도로명 주소가 지번 주소보다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사업은 지자체의 노력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선 시·군·구에서는 도로명 주소 사업을 맡을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지자체의 노력에 대한 평가와 지원책을 말해 달라.
●김 과장 인력이 넉넉한 지자체는 없다. 사람이 부족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제 도로명 주소 사업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기도 하는데, 사실 일이 더 많아진다. 계속 해야 하는 사업인데 ‘다 끝난 것 아니냐’고 오해하면 ‘그렇지 않다’고 납득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행안부가 앞으로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 세제관 지자체에는 앞으로 홍보예산을 확충해 주는 등 더욱 도움을 줄 생각이다. 여건이 되면 인력도 최대한 지원하겠다.
→도로명 주소 사업과 관련한 다른 이야깃거리는 없나.
●김 과장 청송로라는 도로명이 있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청송교도소가 생각난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 부고길이라는 이름도 어감이 좋지 않다고 반대했다. 일부 도로명은 종교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무원이 편파적으로 일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쉽게 알 수 있는 이름을 찾다 보니 생긴 오해였다.
●박 교수 도로명을 짓는 회의를 하는데 합의가 안 돼서 회의를 수차례 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 도로명을 짓기 위해 위원들끼리 몇 달을 싸우기도 하고, 지자체들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수원에는 박지성로가 생겼는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로명을 짓는데 역사적 인물만이 아니라 근현대사, 최근 인물의 이름도 괜찮지 않은가. 중국은 도로명을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흑묘’냐 ‘백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달라.
●김 세제관 도로명 주소에는 문화와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좀 더 확대해서 생활 구석구석에 얽힌 사연을 찾고, 평범한 길 가운데 삶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박 교수 우리나라는 길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외국과 달리 가게 간판이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크고, 색깔도 화려하다. 이게 도심 미관을 해친다. 도로명 주소가 정착되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간판이 크고 화려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김 과장 도로명 주소를 고지하며 통·반장, 이장들이 안내문을 배포하고 같은 집에 몇 번씩 찾아가 안내를 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사업이 추진되기도 어려웠다. 통·반장, 이장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리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2-12-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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