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문 나서면 코로나19와 전쟁 시작…사생활 침해 논란 시끌

아파트 현관문 나서면 코로나19와 전쟁 시작…사생활 침해 논란 시끌

남인우 기자
남인우 기자
입력 2020-07-16 22:00
수정 2020-07-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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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일상 들여다보니

고위험시설 출입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의무화된 지난 10일 서울의 한 술집에서 직원들이 네이버앱 QR코드 사용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험시설 출입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의무화된 지난 10일 서울의 한 술집에서 직원들이 네이버앱 QR코드 사용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리칸막이’ 구내식당선 매일 혼밥
경로당 문닫자 ‘창살없는 감옥살이’
유흥시설 QR코드는 ‘강제 출석부’


충북 청주 SK하이닉스에 다니는 박모(43) 과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났다. 발열체크 검사를 통과하고 마스크를 써야 회사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등 출근길부터 험난하다.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동료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확’ 줄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다. 구내식당은 유리칸막이가 설치돼 점심은 매일 ‘혼밥’이다. 10인 이상 대면회의와 부서 회식은 올스톱됐다. 직원 간 소통을 위한 좌석공유제 운영도 중단돼 고정석에서 업무를 본다. 박 과장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시작된다”면서 “변종 코로나까지 등장했는데 치료제 개발 소식은 들리지 않아 앞이 캄캄하다”고 걱정했다.

청주의 김모(73) 할머니는 몇 달째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웃들과의 소통공간이던 경로당은 문을 닫은 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1주일에 한 번 나가 스트레스를 풀던 문화센터 역시 운영이 중단된 지 오래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며 외출을 못 하게 하는 자식들 탓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섬’에 갇혀 있는 셈이다. 김 할머니는 “이런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냐”고 한숨을 쉬었다.

상생과 교류를 강조했던 자치단체들은 높은 장벽을 쌓으며 고립을 선택했다. 제주도는 중국발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를 중단했다. 2002년 5월 시작된 이 제도는 외국인들이 비자 없이 제주도에 들어와 30일 동안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한 관광객 유치 시책이다. 지난 2월 4일 이 제도가 중단되자 중국인 관광객은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 공포감은 줄었지만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대형 면세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가는 등 지역경제는 휘청댔다.

코로나19로 개인 사생활도 희생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클럽이나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감염병 전파 위험이 높은 ‘고위험시설’을 방문하면 개인 신상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출입을 제지당하고, QR코드 출입을 위반하는 사업장은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일종의 ‘디지털 출석부’가 생긴 것이다. 또 확진자 동선이 14일간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된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면서 현재는 확진자 나이와 성별은 미공개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사생활 침해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의 한모(51)씨는 “코로나19 방역과 사생활 보호란 두 가지 측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전국종합

2020-07-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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