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 사고 반복되는 이유
대형 제작사만 안전관리 의무화
회사 등 최종 책임자 파악 어려워
“정부가 산재 승인 등 전수조사를”
스태프 추락 사고가 일어난 tvN 드라마 ‘화유기’ 세트장에서 사고 발생 닷새 후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피해 스태프는 나무 사다리 위로 올라가 샹들리에를 설치하던 중 천장이 무너져 사고를 당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지난달 28일 서울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위원장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파주 드라마 스튜디오 신축 공사장에서 패널 설치를 하던 60대 하청업체 직원이 10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최근 5년 사이 방영된 방송 드라마 중 SBS ‘펜트하우스’, OCN ‘본 대로 말하라’, tvN ‘화유기’,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제작 현장에서 안전조치 미비로 스태프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된 사례는 tvN ‘화유기’ 사건이 유일하다.
‘화유기’ 소품 담당 스태프였던 이모씨는 2017년 세트장에 샹들리에를 매달다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로 현장을 영영 떠나야 했지만, 드라마를 제작한 CJ E&M 계열의 제이에스픽쳐스는 벌금 300만원의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상시근로자가 50명 이상일 때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지만 규모가 큰 일부 외주 제작사에만 적용된다는 한계도 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도 난항을 겪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본사’의 경영책임자에게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 현장에선 최종 책임을 가진 회사나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용우 변호사는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프로그램 제작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복잡한 하도급 관계 또한 사고와 재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에서 제작사나 감독의 지휘·감독을 받는 스태프라 하더라도 프리랜서 신분이거나 외부업체에 고용돼 있을 경우 사고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정부가 방송 산업 안전사고 근절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명희 전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법 적용을 하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가 다쳤는지, 산재 승인은 받았는지, 책임은 누가 진 건지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조차 파악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나 고용노동부 등에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2022-03-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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