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김승호 회장과 경영승계
“나는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다. ‘성실한 기업인’일 뿐이다.”김 회장은 자서전 ‘기회는 기다리지 않는다’를 통해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한옥을 팔아 마련한 당시 돈 300만환으로 종로 5가에 위치한 다섯 평짜리 보령약국을 개업했다고 밝혔다. 다른 국내 제약업체들을 제치고 일본 ‘류카쿠산사’와 기술제휴로 용각산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같은 김 회장의 창업 배경과 맞닿아 있다.
김 회장은 경영에 대한 의지와 함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지도 남달랐다. 보령제약은 1985년부터 ‘보령의료봉사상’을 제정, 영화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고(故) 이태석 신부를 비롯해 ‘한국의 슈바이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한국암연구재단과 함께 ‘보령암학술상’을 제정해 국내 유일의 종양학 분야 학술상으로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특히 1993년부터 젖꼭지를 물지 못하는 ‘구순구개열’ 아기들을 위한 특수 젖꼭지 무료 배포 사업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보령제약의 계열사인 보령메디앙스가 지금까지 배포한 구개열 젖꼭지는 1만 5000개 이상이고, 구순열 젖꼭지도 2000개가 넘는다.
보령제약의 창업주 김승호 회장이 현재까지도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덕분에 보령제약의 2세 경영은 아직까지 특별하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2세들은 꾸준히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4녀의 자녀를 둔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56) 보령제약 회장이 주력 사업 계열사인 보령제약의 경영을 맡고 있고, 4녀인 김은정(45)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 또 다른 계열사 보령메디앙스를 이끌고 있는 형태로 2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부친인 김승호 회장에 가려 일각에서는 김은선 회장을 ‘은둔의 경영자’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김은선 회장은 최근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를 앞세워 보령제약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2009년 취임한 김은선 회장은 특히 보령제약의 내부경영에서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정 부회장 역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안에 중국에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 보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김은선 회장과 김은정 부회장은 각각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의 개인 지분율을 꾸준히 높여가며 경영승계를 위한 안정적 지분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은선 회장은 ㈜보령의 지분 45.0%와 보령제약 지분 12.18%를 보유하고 있다.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메디앙스의 지분 30.3%를 보유하고 있다. ㈜보령은 보령제약의 지분 29.41%, 보령메디앙스의 지분 12.99%를 갖고 있다.
3세 중에서는 김은선 회장의 장남 김정균(30) 보령제약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1.39%로 크지 않아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보령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큰 갈등 없이 안정적인 경영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호 회장의 차녀와 3녀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5-07-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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