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자연스러운 일… 삶의 질 높일 방안 찾아야”[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저출생은 자연스러운 일… 삶의 질 높일 방안 찾아야”[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22-10-26 20:20
수정 2022-10-27 00: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프리 웨스트 교수 인터뷰

대형 포유류화되며 나타난 법칙
자연상태 인간, 자녀 15명 낳다가
200년 전 유럽선 4~5명으로 급감
개인이 행복·충만감 느끼게 해야

이미지 확대
제프리 웨스트 산타페연구소 특훈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중 ‘지구의 미래: 생명체, 도시, 기업의 삶과 성장, 죽음, 그리고 지속 가능성’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제프리 웨스트 산타페연구소 특훈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중 ‘지구의 미래: 생명체, 도시, 기업의 삶과 성장, 죽음, 그리고 지속 가능성’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인간의 신진대사율은 코끼리의 12배에 달하고, 대왕고래의 절반이 넘습니다. 실제 크기보다 훨씬 큰 동물처럼 행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코끼리와 대왕고래 모두 전 생애에 걸쳐 그리 많은 새끼를 낳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제프리 웨스트 미국 산타페연구소 특훈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출생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저출생을 도시나 국가의 소멸 위기로 보기보단 인류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저출생 자체는 인류에게 생경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인류 전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의 초점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론물리학자로 복잡계 과학의 대가인 웨스트 교수는 자연법칙을 통해 인간 문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왔다. 그런 그가 저출생은 인류가 대형 포유류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법칙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웨스트 교수는 “자연상태의 인간이 10~15명의 자녀를 낳았던 것과는 달리 200여년 전 유럽에서는 이미 자녀 수가 4~5명으로 급격히 줄었다”면서 “산업혁명 이후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다음 세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12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웨스트 교수는 “우리 모두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충분한 에너지와 자원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에너지나 자원 확충을 위한) 기술 혁신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류 전반이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인과 실무진 등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 교수에 따르면 여기서 높은 삶의 질이란 정량화하긴 어렵지만 개개인이 행복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높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으로 ‘지구온난화는 거짓’이라고 믿던 사람들마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단순한 해법만을 말하는 정치인들을 조심해야 하며, 기업도 그간 추구한 이윤을 재생에너지 개발 등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2022-10-27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