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용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
“이스라엘이 배울 점이 많은 국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창업 방식을 우리가 그대로 흡수하려는 것은 금물이죠. 우리와 이스라엘은 문화적·제도적으로 다른 점도 많기 때문입니다.”![신우용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07/21/SSI_20130721184015.jpg)
![신우용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07/21/SSI_20130721184015.jpg)
신우용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
우선 그는 ‘실패에 관대한’ 이스라엘 문화의 근간이 이곳만의 ‘신뢰 네트워크’에 있다고 봤다.
신 관장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작은 데다 창업 지역도 텔아비브, 하이파 등에 밀집돼 있어 창업자들끼리는 거의 다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서 “중동 국가들에 둘러싸인 지역 특성상 해외 도주도 어려워 ‘사기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특수성이 ‘사업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솔직해져야만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수성가한 창업자들이 자신이 번 돈 일부를 후배 창업자들에게 투자해 성공시킨다는 불문율을 지키는 것도 실패에 관대한 선의의 문화를 이끌어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직도 벤처 창업가라고 하면 ‘반(半)사기꾼’쯤으로 여기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이스라엘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는 점이 많다는 것도 지적했다.
신 관장은 “이스라엘에 정보기술(IT), 바이오 분야가 발달한 것은 이곳이 분쟁 지역이다 보니 국가적 역량을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올인’한 영향”이라면서 “하지만 우리처럼 TV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 원천기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등을 빼면 이렇다 할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추지 못해 오히려 여기선 삼성, LG, 현대차 등 전 세계에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에서도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면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구상도 임기 안에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긴 안목을 갖고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글 사진 텔아비브(이스라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7-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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