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아이나브 이스라엘 나스닥 상장 전문가
“이제는 한국도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의사나 변호사, 교사가 되기보단 창업가가 돼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기를 치지 않는 한 어떠한 창업 실패도 다 용서된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뿌리내려야 하죠.”로니 아이나브 이스라엘 나스닥 상장 전문가
그는 이스라엘 군대를 예로 들며 한국 특유의 수직적 기업 문화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나브는 “이스라엘에서는 상사가 어떤 일을 시키면 (한국 사람들처럼) 토를 달지 않고 척척 일을 해 내는 사람들을 ‘로슈카탄(작은 머리)을 가졌다’고 하고, 당장 일은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야 상사가 원하는 더 좋은 결과를 낼까’를 고민하며 성가신 질문을 퍼붓는 사람들을 ‘로슈가돌(큰 머리)을 가졌다’고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누가 더 높은 성과를 낼지는 자명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막내 아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한국 업체들과 일한 적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질문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실패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두려워해 놀랐다고 털어놨다”면서 “한 기업에서 사장과 말단사원이 서로 화를 내 가며 ‘끝장 토론’ 정도는 벌일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창의와 혁신이 나온다”고 했다.
아이나브는 이어 “어느 나라나 벤처들은 허약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정부나 벤처캐피털 등) 누군가는 이들의 실패를 끌어안아 줘야 한다”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고 이를 나스닥 등에 상장시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아이나브 하이테크 에셋’의 의장인 아이나브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30곳에 가까운 스타트업에 투자, 이 가운데 상당수를 미국 증시에 입성시켜 부와 명성을 얻었다. 첨단 기술 기업을 상장시킨 그의 경험을 담은 책 ‘노르다우(그가 살던 텔아비브 지역명)에서 나스닥까지’와 ‘노르다우에서 월스트리트까지’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현재 주요 MBA의 교재로 쓰인다.
글 사진 텔아비브(이스라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7-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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