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공약 성적-공약과 대응] 간 총리 “재원 대책 없이… 공약 못지켜” 공식 사과

[18대 공약 성적-공약과 대응] 간 총리 “재원 대책 없이… 공약 못지켜” 공식 사과

입력 2012-02-04 00:00
수정 2012-02-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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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2일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2009년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내세운 핵심 공약(매니페스토)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간 총리는 “재원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내 잘못이다.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총리가 선거 공약에 대해 공식 사과한 건 처음이었다.

민주당은 2009년 8월 30일 총선거에서 자녀수당 확대, 고교 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농가 호별 소득 보상제 등 ‘생활 제일’이라고 포장한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민주당은 중의원 480석 중 308석을 차지하며 자민당 정권 50년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주당은 선거 공약에서 댐과 도로 등 공공투자는 계속 하는 대신 공무원 임금을 8% 정도 삭감해 9조 1000억엔(약 133조 5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행정쇄신 작업을 벌였지만 실제로 마련한 재원은 2조 8000억엔에 그쳤다. 결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전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자녀수당은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서 절반인 월 1만 3000엔(약 19만 1100원)씩만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 부담이 되자 연소득이 1000만엔(약 1억 47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정에는 월 9000엔(약 13만 2200원)을 주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간 총리가 선거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까지에는 일본 정당의 공약에 대한 국민 감시가 크게 작용했다. 일본 정당은 공약에 대한 재원 출처와 시한을 밝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도 정당이 실제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민주당의 선거 공약 남발에 대한 사과는 나라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공약(公約)을 위한 공약(空約)’에 대해 솔직하게 반성한 것”이라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경쟁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정치권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2-02-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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