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재계의 세대교체 <1>삼성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논란
막대한 재원 확보 등이 걸림돌로
“용장 하나로 미래 이끌기엔 한계”
스톡옵션 많은 미국식 CEO 거론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지 4년이 지났다. 4세 승계 포기는 ‘미래 삼성’으로의 새 출발을 의미한다. 경영권 승계 논란으로 인한 회사 가치 훼손을 방지하고, 소유와 경영 분리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 한 세기가 지나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총수의 과감한 결단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한국식 오너 경영과의 작별이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어떻게 그 변화를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오너 가문으로 남기 위한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과 ‘포스트 이재용’ 시대 총수 역할을 하게 될 최고경영자(CEO) 발굴은 삼성이 풀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18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 매각으로 마지막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내면서 지배구조 개편 1단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 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 의결권 확보다. 삼성전자 지분 1.63%로 이 회사 회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우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 등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32.52%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19.34%)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8.51%)다. 금융회사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이는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돼 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분율 5.01%) 또는 오너 일가(4.86%)에 넘기는 방안이 있지만 막대한 재원 확보, 지주사 강제 전환 가능성이 걸림돌이다.
미래 CEO 후보군을 선발한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고 있다 보니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시대에 통했던 용장(용감한 장수)으로는 미래 삼성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안착을 위해 단기적 실적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다. ‘삼성 웨이’ 공동 저자인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처럼 CEO 임기를 길게 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많이 부여하는 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잘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4-05-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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