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車도 세운 스모그... “퇴치 못하면 각오하시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車도 세운 스모그... “퇴치 못하면 각오하시오”

김규환 기자
입력 2015-11-10 18:19
수정 2015-11-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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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베이징시내 동삼환로. 이른 아침부터 승용차들이 짙은 안개처럼 낀 스모그를 뚫고 달리고 있다.  출처 중국신문망
10일 오전 베이징시내 동삼환로. 이른 아침부터 승용차들이 짙은 안개처럼 낀 스모그를 뚫고 달리고 있다. 출처 중국신문망
 “스모그 퇴치를 제대로 못하면 망신당할 각오나 하시오.”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중국 동북 3성을 강타하면서 중국 공직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스모그 퇴치에 게으른 지방정부의 수장들에게 공개 망신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천지닝(陳吉寧) 중국 환경보호부장은 지난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 환경발전 국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스모그 등 환경보호정책의 방향을 공개하며 당분간 중앙정부의 환경 관리감독의 대상이 성급 지방정부과 당위원회가 될 것임을 밝혔다고 홍콩 봉황망이 10일 보도했다. 천 부장은 “올해 문제가 불거진 지급시(地級市·성과 현 중간의 2급 행정단위)에 대한 공개적인 ‘약담’(約談)을 실시한 이후 2년여의 시간을 들여 성급 당정(기관)과 관련 부문에 대해 환경감독 순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방 당위원회, 정부가 환경보호와 생태환경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中 환경부, 지방관리-기업 책임자 소환해 공개적 경고
 환경보호부는 지난달 지방도시 19곳과 환경 관련 국유기업 1곳 등 20곳의 책임자들을 청사로 소환해 ‘약담’을 진행했다. ‘약담’은 정부 당국이 잘못이나 책임이 있는 공무원, 기업인들을 소환해 질책하면서 교육을 시키는 제도이다. 천 부장은 다만 성급 정부에 대한 감독·순찰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할 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스모그 등 환경보호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한반도에 인접한 중국 동북지방에 수일째 이어지는 스모그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해 수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주는 탓이다. 동북의 중심 도시 랴오닝(遼寧)성 성도 선양(瀋陽)시에서 8일과 9일 이틀 연속 기록한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무려 1000㎍/㎥을 넘었다. 9일 선양 전지역 평균은 1155㎍/㎥였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1400㎍/㎥을 돌파하는 등 기록적인 수치가 관측됐다. 이에 따라 중국은 가시거리가 수십m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차량의 정상 운행이 불가능해지는 등 도시의 기능이 일부 마비됐다. 선양 지역 평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인 24시간 평균 25㎛/㎥에 비하면 무려 56배에 이른다. 서울은 PM 65㎍/㎥인 경우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고, 지난 5일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79㎍/㎥가 관측돼 우려를 샀다. 이같이 동북 지방의 극심한 스모그 현상의 원인은 이달 초부터 찾아온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석탄 보일러를 가동하는 겨울 난방 시즌이 시작된데 따른 것이다.

선양 병-의원마다 수백명 호흡기환자 몰려 북새통
 다행히 10일 오후 선양 지역에 바람이 불면서 스모그 현상이 다소 완화됐지만, 대부분 지역의 PM 2.5 농도가 300㎍/㎥ 이상을 기록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의 오염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선양시내 병·의원에는 호흡기 관련 환자들이 넘쳐났고, 약국에는 미세먼지 방진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길로 붐볐다. 허핑(和平)구 소재 선양시 제4인민의원 호흡기 내과에는 8일부터 기침,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수백명씩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의원을 찾은 양(楊)모(57) 씨는 “공기가 나빠진 탓에 요 며칠 눈이 따갑고 목이 불편해 치료를 받으러 의원에 왔다”고 말했다. 의원 측은 “선양의 ‘사상 최악으로 알려진 스모그를 겪으면서 내원하는 환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호흡기가 약한 유아나 고령층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랴오닝성 건설 조업 중단, 차량 통행 시간제한 검토
  랴오닝성에서 심각한 스모그현상이 80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환경 당국도 응급 대응책을 시행했다. 성 정부는 9일 공기오염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중점 관리대상 기업으로 지정된 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해 배출량을 평소의 40~50%로 낮추도록 지시했다. 비산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건설현장의 조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는 한편 야외활동도 중단시켰다.

 당국은 차량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차량통행 시간제한도 검토 중이다. 랴오닝성 환경보호청은 “선양에서 4일 연속 극심한 공기오염이 발생한 점을 중시한다”먀 “오염물질을 줄이고 위험요소를 최소화해 스모그 현상을 조속히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10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랴오닝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3성 지역의 기상 상태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스모그 등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않고 머물겠다”며 “이 기간 공기질이 PM 2.5 농도 150㎍/㎥의 중도(中度)에서 200㎍/㎥의 중도(重度)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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