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위로다] <12·끝> 송경동 시인
인도 수도 뉴델리 외곽
삼륜인력거꾼으로 일하던 아빠와 세 살던
열다섯 소녀 조티 쿠마리
정지된 세상을 따라 인력거도 멈추고
때마침 다리마저 다친 아빠
세를 내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무서운 주인
수중에 남은 돈은 한화로 고작 3만 3천원
아빠, 고향으로 가자고
남은 돈 털어 분홍색 자전거 한 대 사고 나니
수중에 남은 건 물 한 병
그렇게 아빠를 태우고 1200㎞를 쉬지 않고 달린 소녀
어떤 재난과 위험 속에서도
우리를 끝내 살리는 건
오직 사랑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다시 가르쳐 준 소녀
그 소녀와 사내에게 제 몫의 물 한 모금
밥 한 공기 덜어 준 이웃들이 함께 이룬
경이로운 삶의 내연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고향은
오직 사랑뿐
송경동 시인
1967년 전남 보성 출생. 2001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등. 천상병시문학상, 신동엽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 수상.
2020-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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