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위로다] <11>유용주 시인
일러스트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마음대로 가고 싶다
마음대로 공부하고 싶다
마음대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고 싶다
꽃피는 봄도
신선한 공기도
풀과 나무가 자라나는 여름 산을 보고 싶다
굽이쳐 흐르는 강을 보고 싶다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싶다
단풍 곱게 물드는 골짜기를 보고 싶다
눈 내리는 벌판을 바라보고 싶다
낙타를 사막으로 돌려보내라
원숭이를 숲으로 돌려보내라
박쥐를 동굴 속으로 돌려보내라
벌레와 식물과 동물이 같이 살려면 영역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이 늘어나면 동물이 줄어든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겼다
편리함 때문에 생겼다
우리 모두 조금씩 가난하게 살자
조금씩 내려놓자
조금씩 불편하게 살자
관을 많이 만들어야 이익이 남는가
무덤을 밤낮없이 파야 정신 차리려는가
결국 죽음 속으로 들어간 뒤에야 반성하려는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오자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다시 끄집어내자
사랑하는 사람아 맨얼굴을 보고 싶다
유용주 시인
1959년 전북 장수 출생.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등. 신동엽문학상 수상.
2020-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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