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위로다] <8>정우신 시인
달고나 커피를 만들며
지구가 도는 것을 느껴본다
패션 프루트 같은 바이러스
자신의 사라진 얼굴을 찾는데
이름 없는 생물과 호흡이 섞여
기침이 나오는데
나는 방금 당신을 지나친 것일까
찻잔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다
챌린지라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 있는 중력
청을 담그고
치즈 케이크를 만들고
어느 날 나는 당신이 좋아지고
사랑에 갇힌 내가 괴롭고
낮달처럼
빈 눈동자만 남은 우리
아이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길고양이에게 내민다
고양이는 동네 골목을 돌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웃어본다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18.
정우신 시인
1984년 인천 출생. 2016 ‘현대문학’으로 등단.
2018년 시집 ‘비금속 소년’ 출간.
2020-05-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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