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위로다] <2>김해자 시인
일러스트 김송원 기자 nuvo@seoul.co.kr
여수에서도 배 타고 두어 시간 가야 당도하는 머나먼 섬,
거문도 수협 중매인 35호 수산 최형란이 생선을 좀 보낸대서
대구 사는 후배들 주소 몇 찍어주었는디
고향 바다 건너 뭍으로 간 간고등어 토막고등어들이
우짜면 이리 푸짐하고 정갈하노, 억세게 칭찬받아가며
노모께 몇 손 가고 친구들에게도 두세 마리씩 이사 갔다고
백신 한 보따리 받았으니 잘 묵고 더 힘내겠다고
김밥 싸고 배달하는 김병호가 우리 동네 이웃들
나무들과 고라니와 별들에게까지 안부를 전해왔는디
사흘 후 최형란이 부녀회에서 생선 좀 보태기로 했다고
십시일반 모은다는 게 큰 박스 8개가 만들어졌다는디
나흘 후 배 가른 갈치 통갈치 키 크고 덩치 좋고 인물 훤한
삼치들이 꼼짝없이 갇힌 쪽방 사는 어른들과 의료진들 먹일
김밥 싸고 있는 대구 바보주막에 당도했다는디
엄청시리 왔어요… 이 은혜를 우짠다요…
농갈라묵고 또 농갈라묵었다고 농갈라묵은
김채원이도 중매인 최형란이도 울컥했다고
얼떨결에 중매쟁이 된 내도 덩달아 울컥하는디
오병이어가 별 긴가, 갈라묵고 살믄 살아지는기라,
김해자 시인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등 출간. 이육사 시문학상, 만해문학상, 구상문학상 본상 수상.
2020-04-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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