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945~1990/폴 토머스 체임벌린 지음/김남섭 옮김/이데아/968쪽/5만 5000원
강대국의 지정학/니컬러스 존 스파이크먼 지음/김연지·김태중·모준영·신영환 옮김/글항아리/740쪽/3만 8000원
한국전·베트남전 등 아시아 전선미소 45년간 원조 80% 쏟아부어
이념 대리전 넘어 종교·민족 대결
작은 국가 세력균형 추 역할 강조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중 인천항 방파제를 넘는 미국 해병의 모습. 한국전쟁은 냉전 시대 첫 번째 국제전이었으며 많은 사람이 제3차 세계대전의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했다.
이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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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지정학에 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지정학의 인기 덕분에 자국의 정치적, 외교적, 안보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지경학’, 기술이 국가의 성패를 가른다는 논리의 ‘기정학’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정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벽돌책’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냉전 국제사 프로젝트’와 ‘국가 안보 문서보관소’가 기밀 해제한 미국, 소련, 중국의 문서, 중앙정보국(CIA) 문서, 비정부기구와 인권단체의 자료와 구술, 목격담 등으로 당시 이야기를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이 공산주의와 관련돼 있다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인종적, 종교적 성격이 강하다. 1987년 2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교전 중인 시아파 무슬림 아말 민병대원의 모습.
이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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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는 대규모 전쟁을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장기 평화’의 냉전 시대에 진입했다”는 서구의 역사적 시선은 아시아에 관한 한 완전히 잘못된 평가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이론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통찰과 예측을 제시하고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집필한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독일을 강한 국가로 남겨 두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라는 조언이나 일본이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중국과 소련이 서로를 견제하게 될 것, 중국이 아시아 지배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시 봐도 놀랍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력균형론’은 주변 4강에 끼인 우리에게도 주는 의미가 크다. “세력균형 정책은 원래 강대국을 위한 정책이지만 작은 나라는 누구도 그 나라 영토를 원치 않게 하거나 완충국이나 세력균형의 추로 역할을 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 그의 말은 요즘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2023-11-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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