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
전미화 글·그림/창비/48쪽/1만 3000원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른들 탓에 아이의 얼굴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 아이의 옆을 지킨 것은 둥근 달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멀리서 보내오는 돈으로 아빠를 보살피며 생활을 꾸려 나간다. 이제는 “곧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더이상 믿지 않는다. “나는 달과 친구가 됐다”며 노란 달과 혼연일체가 된 듯한 삽화(그림)에 이어 등장하는 아이의 선언.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다짐으로는 매우 서글프지만, 그것이 작가가 어른으로서 주변의 어린이들을 향해 보내는 사과와 반성, 진실한 위로의 마음이다. 책은 작가가 지역에서 미술 활동을 하며 직접 만난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말을 담았다. 더욱 굳세게 살아가라는 북돋움과 언제나 달처럼 곁에 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이 모두 노란 달빛에 담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10-23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