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일터, 그 후
장남수 지음
나의시간/318쪽/1만 5000원
책은 유년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 상경해 여성 노동자로서 분투한 기록과 함께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 장남수’의 모습이 함께 실렸다. 옛날의 일은 한 시절 추억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어서 그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다. 원풍모방 노조원들의 모임에서, 1970~1980년대 엄마의 신산한 삶을 귀로는 들었으되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아들딸들이 함께 만난다. 이들은 영상 속 앳된 모습의 엄마가 경찰에게 질질 끌려가며 울부짖는 것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한다. 배곯는 시대는 아니라 해도 여전히 힘든 청춘들. 그들이 저마다의 어려움을 토로하다, 그 시절 엄마들처럼 함께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작가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뒤늦게 검정고시에 합격해 작가는 쉰이 다 된 나이에 대학(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갔다. 그러나 40여년 세월을 건너, 아직도 ‘빼앗긴 일터’는 여전하고, 작가의 남편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안착이 어려웠던 삶 속 숱하게 이삿짐을 꾸리다 제주에 정착한 작가는 그 땅의 역사를 배우며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있었던 일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글쓰기가 이를 대변한다는 것을 작가의 삶이 온몸으로 증명해 내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10-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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