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해바라기 사랑, 그 뒤에 숨은 ‘고뇌의 울부짖음’

고흐의 해바라기 사랑, 그 뒤에 숨은 ‘고뇌의 울부짖음’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7-23 20:36
수정 2020-07-2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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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
마틴 베일리 지음/박찬원 옮김
아트북스/322쪽/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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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냉에게 모란이 있고 쿠스트에게 접시꽃이 있다면, 내겐 다른 이들보다 앞서 선택한 해바라기가 있네.”

폴 고갱이 빈센트 반 고흐에게 ‘해바라기’를 자신의 그림과 교환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고흐는 당시 파리 몽마르트에서 잘나가는 예술가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해바라기는 나의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많은 화가들의 어떤 해바라기도 고흐의 것처럼 강렬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린 ‘해바라기’라고 하면 자연스레 고흐를 떠올린다.

책은 고흐가 남긴 7점의 해바라기 연작을 분석하고, 작품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추적한다. 40년 동안 고흐를 연구한 저자 마틴 베일리는 전문 지식을 동원해 해바라기 그림의 특징과 기법을 설명하고, 고흐가 남긴 편지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릴 당시 그의 심리 상태를 촘촘히 엮어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고흐 사후, 제1·2차 세계대전 등 험난한 역사 속에서 ‘해바라기’가 어떻게 살아남고 팔려 나가 지금까지 남았는지도 복원한다. 히틀러 탓에 유실될 뻔한 위험을 피한 사연, ‘해바라기’ 연작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15송이의 해바라기’가 맨 처음 12파운드(약 1만 8000원)에 팔렸다가 1987년 경매에서 2500만 파운드(약 381억원)를 기록한 과정 등을 설명한다.

불운한 화가가 미술사의 전무후무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해바라기 그림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실력이 그저 감탄스럽다. 책을 읽는 내내 해바라기는 과연 고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를 고민할 법하다. 자살 전 고흐는 비평가 오리에에게 “해바라기는 감사함을 상징한다” 했고, 가족들에게 “내그림은 감사의 의미 속에서 존재하는 고뇌의 울부짖음”이라고 말했다. 해바라기는 어쩌면, 그의 예술세계를 여는 열쇠일 수 있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7-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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